"2+2는 얼마죠?" 어느 기업의 면접자리.수학자와 회계사,경제학자를 앞에 두고 면접관이 초등학생도 알 만한 문제를 물었다. 수학자는 거침없이 4라는 정답을 제시했다. 회계사도 주저없이 "약 10% 정도의 오차를 두고 평균적으로 4입니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 차례.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닫고 면접관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2+2를 얼마로 만들면 좋겠습니까?"

물론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이 늘 만병통치약처럼 제시하는 통계의 맹점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간단하지 않은 메시지가 들어있다.

36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경희대 경제학과 겸임교수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는 이계민 씨(사진)의 책 《시장경제를 읽는 눈》은 가벼운 소재지만 경제학적 핵심을 명쾌하게 담아낸 비유와 풍자가 가득한 칼럼집이다.

한국경제신문의 증권 · 경제 · 국제부장 시절 게재한 '데스크칼럼'과 편집국장을 거쳐 논설실장 전무 및 주필을 맡았던 시절에 쓴 '이계민 칼럼'을 모은 것.199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의 크고 작은 경제정책이나 기업활동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진행돼 왔는지를 날카로운 기자의 시각으로 보여준다.

'정치는 생물'이란 말이 있다. 복잡한 현실 정치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경제 또한 그 변화를 전망하기 어려운 하나의 생물이다. 세계화의 진행으로 지구촌 저 끝에서 일어난 조그만 이슈도 국내 경제 및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살아 움직이는 경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해설해 줄 전문가의 필요성은 커진다. 경제학자도 있지만 매일 매일 급변하는 경제흐름을 지켜보며 중요한 국면마다 발 빠르게 생생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했던 기자의 시각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책은 다양한 이슈들을 전방위에서 다뤘던 저자의 글을 9개의 꼭지로 나눠 재구성했다. '정치인과 정치논리,경제인과 경제논리'라는 제목의 1부는 선거국면에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할 때 경제논리를 무시함으로써 발생한 문제들을 비판한 칼럼을 모았다.

현 정부의 선거공약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백지화로 나라 안팎이 시끌시끌한 요즘 왜 정치논리에 편향된 정책결정이 위험한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92년 3월에 쓴 칼럼 '파행 정책… 총선 후가 더 걱정'에서 허황된 공약과 선심정책의 남발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훼손의 문제를 지적한 것은 20년이 지난 지금의 정치인들도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방만한 정부 재정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파헤친 2부 '선택과 집중의 재정전략'도 곱씹어 볼 만한 부분이 많다. 1991년에 쓴 칼럼 '팽창 예산… 정부 자세가 더 문제다'에서는 예산을 1년 만에 24.2%나 늘린 정부를 비판한다.

예산을 늘리는 일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낭비 요인은 무시한 채 필요한 예산만 더 늘리려는 정부의 '꼼수정책'을 따끔하게 꼬집는다.

4부 '기업,기업가 정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에서는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5부 '주가 상승의 빛과 그림자'에서는 과거 코스피지수가 1000선을 오가던 시절 증권시장의 여러 국면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만나 볼 수 있다.

마지막인 9부 '우리 경제의 현 주소와 방향'에는 순수한 자유시장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에 최대한 근접하는 것이 시장 경제의 올바른 처방이라는 저자의 기본 철학이 담겨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