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31일 출간
"마음을 활짝 열고 보면 온 세상이 보물입니다"…암 투병 이해인 수녀 산문집

이해인 수녀(66 · 사진)는 아프다. 벌써 3년째 암 투병 중이다. 병은 쉬 낫지 않지만 그럴수록 삶에 대한 긍정과 감사는 커져간다. 무심히 대했던 사람과 꽃 한 송이,풀 한 포기도 감사와 사랑과 희망의 대상이다. 그가 이런 마음을 담은 산문집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31일 출간한다. 산문집으로는 2006년 펴낸 '풀꽃 단상'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펴낸 시집 《희망은 깨어 있네》에서 암 투병의 고통을 이겨내고 희망과 긍정을 노래했던 그는 이번 산문집에서도 특유의 섬세함과 명랑함,수도자다운 담담함으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책에 실린 글은 일상에서 만나는 일과 사람,풍경,계절의 변화 등을 감칠맛 나는 언어와 감성으로 버무린 에세이,지인들과의 우정에 대한 단상 60여편,수도원의 일상을 담아낸 일기,군인 · 사제 · 교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위한 기도일기,성서묵상일기,먼저 떠나보낸 이 시대의 어른들을 되새기는 추모의 글 등 다양하다.

'꽃이 지고 나면/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잎 가장자리 모양도/잎맥의 모양도/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잎사귀 명상)

그는 이 시를 들려주며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더 잘 보이듯이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며 "한 세상을 살면서 수없이 경험하는 만남과 이별을 잘 관리하는 지혜만 있다면 삶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책의 첫장에는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지난 1월 작고한 박완서 선생의 편지다. 그런 선생을 보낸 이해인 수녀는 "문학은 삶에 대한 감사함이라고 일러주신 선생님이 이 세상에 안 계시다는 것이 실감되질 않는다. 추억이 많은 만큼 눈물도 그치지가 않는다"며 짙은 그리움을 드러낸다.

수필가 피천득,김수환 추기경,화가 김점선,영문학자 장영희,법정 스님,이태석 신부 등 먼저 떠나보낸 이 시대의 어른들과 지인들을 향한 존경과 애틋함도 가득하다. 그가 힘든 치료를 하는 이들에게 종종 건네는 "대단하세요,정말!"이라는 인사는 항암치료를 받는 자신에게 김 추기경이 "대단하다,수녀!"라며 건넸던 위로였다. 수단의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이 신부의 사랑은 '이제 더욱 빛나는 슬픔이 되어 모든 이를 하나로 모이게 하는' 힘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20년 전에 심은 느티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걸 보면서도 기쁨을 얻는 그에게 일상은 감사와 행복 그 자체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니 주변에 보물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 책의 '여는 글'에서 그는 "요즘에는 매일이란 바다의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며 "살아 있는 동안은 아직도 찾아낼 보물이 많음을 새롭게 감사하면서 길을 가는 저에게 하늘은 더 높고 푸르다"고 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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