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 공부벌레'들이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챔피언에 올라 미 대학 최강 65개팀이 겨루는 '3월의 광란'에 진출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불가능으로 여겼던 '하버드대의 드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하버드대는 6일(한국시간) 미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 홈구장 라비에테스 파빌리온에서 열린 '강호' 프린스턴대와의 NCAA(전미대학체육협회)아이비리그(컨퍼런스)농구에서 79-67로 승리하며 최소한 공동우승을 확보했다. 하버드대의 아이비리그 전적은 12승2패,다른 컨퍼런스 대학과의 성적을 합친 시즌 전적은 23승5패가 됐다. 2위 프린스턴대는 11승2패(시즌 전적 23승6패)로 하버드대에 반 게임차로 뒤졌다.

아직 우승을 확정지은 것은 아니다. 프린스턴이 현지시간으로 화요일 저녁 펜실베이니아와의 최종전에서 패하면 하버드의 우승이 확정되지만,이기면 하버드와 12승2패로 동률이 돼 주말에 우승을 결정짓는 운명의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한다. 여기서 이긴 팀이 '3월의 광란'으로 불리는 'NCAA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다.

◆강자로 급부상한 하버드대

하버드는 34개 종목의 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농구는 한 번도 우승컵을 안지 못한 유일한 팀이었다.

아이비리그 농구에서 전통의 강자들은 프린스턴과 펜실베이니아다. 펜실베이니아는 아이비리그 타이틀을 26차례나 차지했다. 프린스턴은 25차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아이비리그가 1955년에 시작됐으니 이 두 대학이 우승컵을 거의 다 나눠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버드는 지난 금요일 펜실베이니아를 두 번의 연장 끝에 83-82로 물리쳤다. 펜실베이니아와의 역대 전적은 32승127패.하버드는 펜실베이니아를 4게임 연속 이겼으며 최근엔 6차례 만나 5승1패로 압도했다. 그러나 프린스턴의 벽은 높았다. 프린스턴과의 역대전적도 39승126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게다가 하버드는 최근 5차례 경기에서 프린스턴을 한 번도 이기지 못했으나 이날 결정적인 승리를 따냈다. 하버드는 홈경기 17게임 연속 승리도 이어갔다.

◆하버드를 달라지게 한 것

4년 전 흑인 감독 토미 아마커(46)가 부임하면서 하버드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커는 농구 명문 듀크대의 가드 출신으로 198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의 우승을 이끈 스타 선수.미시간대 감독으로 활동하다 성적 부진으로 2007년 경질돼 하버드대 농구팀을 맡았다.

그의 강도 높은 훈련은 선수들의 반발에 부딪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그는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 또 우수 선수들을 발굴하고 영입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하버드대는 운동선수 장학제도가 없어 고교의 우수 선수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더욱이 NCAA는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이수하지 못하면 선수 자격을 박탈하고 있어 하버드에서 선수생활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우수 선수 확보가 절실했던 아마커 감독이 성적을 높이는 편법으로 선수를 영입하려다 구설에 오른 일도 있다.

◆신인선수 발굴에 초점

아마커 감독은 신인 선수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하버드에는 4학년 선수가 없다. 펜실베이니아가 6명,프린스턴이 3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하버드는 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아마커 감독의 지도 아래 하버드는 2008년 리그 3승11패(시즌 전적 8승22패)로 7위를 차지했고 2009년 6승8패(14승14패)로 6위에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10승4패(21승7패)로 최다승 신기록을 세우며 리그 3위에 올랐다. NCAA는 하버드를 아이비리그 대학 중 가장 높은 랭킹 44위로 발표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