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박사학위 홍이진씨 "열망 높아 발전할 듯"

"한국인은 사회복지를 향한 열망이 매우 뜨겁지만 실제 복지를 실현하려고 시민으로서 행동하는 비율은 아주 낮아요. 이런 특성은 다른 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죠."

이탈리아 출신의 한인 2세가 한국인의 사회복지 의식을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모를 쓴다.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박사과정을 이달 졸업하는 홍이진(32ㆍ여)씨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회복지는 부족한 면이 많지만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다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라며 웃었다.

홍씨가 쓴 박사논문 제목은 '시민권과 정치문화, 사회복지 체제(Citizenship, Political Culture, and Welfare Regime)'.

미국, 스웨덴, 일본, 한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20개국을 대상으로 시민권과 사회복지에 대한 설문자료와 공적 활동 참여율 등을 분석해 유형별로 나라를 나눴다.

이 분석에서 한국인은 어느 그룹에도 끼지 못하는 '특이유형'으로 분류됐다.

삶의 질, 공정성, 사회적 연대 등 사회복지의 가치를 중시하는 성향은 20개국 중 7위로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국민보다 높았지만, 공적 활동 참여율은 분석 대상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열망과 정치ㆍ사회적 참여율이 둘 다 높은 호주, 캐나다, 아일랜드 사람과 달리 한국인은 '이상과 행동이 반대인' 성향을 보인다고 홍씨는 설명했다.

"실제로 사회복지를 더 발전시키려면 우리 모두를 위해 개인이나 특정 직종의 이권을 합리적으로 타협하는 모습이 필요한데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시민사회의 참여율을 계속 높인다면 문제가 해결되겠죠."

홍씨가 태어난 이탈리아는 '복지의 본고장' 유럽 국가인데다 인구 5천만명 이상 규모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겼다는 특성 때문에 한국의 복지정책 연구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사례다.

그는 유럽의 사회복지는 '앞으로 더 나빠질 것 같은' 느낌만 들 때가 많다고 했다.

재정적자와 개인의 자유 침해 등을 강조하며 복지를 깎아내리려는 우파의 공세가 계속 커진다는 것이다.

홍씨는 "한국에서는 보수 정치인들도 복지를 더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는 것 같아 놀랐다"며 "이런 역동적인 점 때문에 연구자로서는 재미있는 면이 많은 곳"이라고 했다.

홍씨 아버지는 명문 로마1대학에 유학 온 이탈리아 문학도였다.

홍씨는 로마 토박이로 자라 아버지의 모교에서 학ㆍ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실을 위한 사회과학'이란 점 때문에 사회복지학을 전공으로 택했다고 한다.

석사 때만 해도 일상적인 한국어 대화를 제대로 못했지만 연세대 대학원에 오면서 '미친 듯' 연습해 지금은 연구 주제도 우리말로 유창히 토론할 수준이 됐다.

박사 논문은 영어로 썼다.

그는 "졸업 이후에는 로마로 가서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할 생각이며, 언젠가는 다시 돌아와 고국의 사회복지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