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입체)영화산업에서는 기술보다 관객을 극장으로 이끄는 이야기를 찾는 게 더 중요합니다. 3D기술은 계속 발전하게 마련이죠.좋은 시나리오만 충분하다면 4D,5D영화의 등장도 멀지 않을 겁니다. "

세계적인 영화제작자 잭 랩키는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13일 개막된 '서울 국제 3D페어'의 주제발표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3D영화 전문 제작사인 '이미지 무버스 디지털'을 만들어 '베오울프''크리스마스 캐롤' 등 유명 블록버스터를 만든 세계 3D영화계의 거물이다. 2004년 영화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와 당시 3D의 신기술이었던 퍼포먼스 캡처 방식으로 '폴라 익스프레스'를 만들어 3D영화 제작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3D영화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작비나 기술보다 창조적인 시나리오죠.3D영화에 맞는 좋은 이야기,좋은 캐릭터,좋은 콘티 등을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기술은 이들을 잘 표현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3D영화는 매체 특성상 스케일이 큰 장면이 많은 장르에 적합하기 때문에 작은 이야기보다는 규모가 크고 액션이 많은 작품으로 승부하는 게 유리하지요. 저라면 '대부' 같은 영화는 절대로 3D로 제작하지 않을 거예요. "

그는 "3D영화를 제작할 때 물론 수요와 이익을 따지게 마련이고 제작 여건을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한다"며 "2D영화보다 많이 들어가는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할리우드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아바타' 이후 3D영화 제작 환경은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3D영화의 호황으로 극장 관람객이 급증했고 극장 체인업체도 3D영화 제작사와 손을 잡는 추세다. 불법 동영상으로 무너진 2차시장도 3D영화로 되살아나고 있다. 그는 "3DTV가 등장하고 3D콘텐츠를 방송하는 케이블 방송사가 생기면서 이제 3D영화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며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제작사로서 그는 3D영화를 만들려는 이에게 세밀한 표현도 주문했다. 3D영화는 2D보다 시각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작은 소품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만들 때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 시민들의 의상과 당시 건물 등을 세밀하게 조사했고 차기작인 '마스 니즈 맘스(Mars needs moms)'는 배경이 화성이어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도움을 받아가며 디테일에 공을 들였어요. 꼼꼼한 영상 처리는 기본입니다. "

그의 다섯 번째 3D영화인 '마스 니즈 맘스'는 오는 4월 국내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첫 작품인 '폴라 익스프레스' 때는 주인공의 동공이 움직이지 않는 등 어색한 점이 많았어요. 이후 기술이 점점 발달해 애니메이션도 실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 '마스 니즈 맘스'에서는 '포토 리얼'기법을 써 눈가의 근육까지 표현했죠.머지않아 실사를 능가하는 3D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겁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