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코러스' 한…러수교 20주년 모스크바 무대 올려

한국 연극인들이 극예술 '강국' 러시아의 모스크바 극장 무대에 올린 연극 작품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현지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국 극단 '코러스'는 4일 한.러 수교 20주년을 맞아 모스크바 시내 '루나' 극장에서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 원작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를 극화한 작품을 공연했다.

러시아 유학파인 단국대 러시아 문학과 함영준 교수(연극 전공)가 연출을 맡고 5명의 한국인 배우들이 열연한 이번 공연에는 러시아 최고로 평가받는 극작가 예브게니 프리드만과 무대 디자이너 에밀 카펠류쉬도 참여했다.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는 작가 톨스토이가 아들이 연주하던 베토벤의 동명 바이얼린 협주곡을 듣고 영감을 얻어 작품화한 것이다.

줄거리는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와 음악을 사랑하는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남편이 질투심 끝에 아내를 살해한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진부한 소재인 사랑과 불륜, 질투 등의 모티브로 엮인 극의 줄거리는 이를 극복하는 탄탄한 연출과 세련된 무대 디자인, 배우들의 열정적 연기로 새로운 변신을 겪으면서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300여 석의 홀을 가득 메운 러시아인과 현지 한국 교민들은 초반부 다소 지루하던 스토리가 갈등과 반전을 겪으며 극적인 긴장감을 더해가자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극에 빨려 들어갔다.

주인공인 남편이 휘두른 칼에 아내가 죽는 장면으로 막이 내리자 관객들은 일제히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내며 한동안 자리를 떨 줄 몰랐다.

공연을 관람한 러시아 여성 미술협회 임원 나데즈다 라쥬모바는 "한국 연극 수준이 기대 이상이라 놀랐다"며 "그동안 연극을 많이 봤는데 이번처럼 가슴으로 감동을 받은 경우는 많지 않았다"고 호평했다.

연출자인 함 교수는 "연극은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문화코드"라며 "한국에서도 공연된 이번 작품이 한.러 양국 국민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대방의 문화를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작은 기여를 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작품은 모스크바에 이어 6일 야로슬라블에서 열리는 국제연극축제에서도 공연된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