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막을 내린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실내악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와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씨가 협연한 아르보 페르트의 '형제들' 연주회는 유독 고색창연했다. 세종솔로이스츠 멤버 첸시와 강씨는 각각 1725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과 1774년산 J B 과다니니 바이올린으로 화음을 맞췄다. 그런데 두 악기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니다. 첸시의 악기는 삼성문화재단이,강씨의 악기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빌려줬다. 삼성과 금호는 국내에서 악기 지원으로 메세나 활동을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두 기업 모두 예술적 재능이 뛰어난 아티스트가 경제적 부담 없이 연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가의 악기를 대여하고 있다. 각각 1997년,1993년부터 악기은행을 운영한 삼성문화재단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클래식 연주자들의 든든한 후원자다. 악기 대여뿐만 아니라 악기 보험료를 지원하고 정기적으로 악기 점검도 무상으로 해준다.

삼성문화재단은 1708년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1725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1590년산 가스파로 다 살로 비올라,1715년산 마테오 고프릴러 첼로 등 4대의 세계적인 명품 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80억원이 넘는 과르네리 델 제수 바이올린을 포함해 악기값이 모두 222억여원에 이른다.

비올리스트 김정연씨 등이 삼성문화재단의 악기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등이 후원을 받았다. 가장 오랫동안 지원을 받은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씨로 4년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를 사용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1763년산 J B 과다니니 바이올린,1717년산 피에트로 과다니니 바이올린,1861년산 주세페 로카 첼로 등 22점의 세계적인 명품 고악기를 보유하고 있다. 기성 아티스트보다는 촉망받는 어린 연주자들에게 악기를 무상으로 빌려준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신현수씨 등이 혜택을 받고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씨는 최장 대여자로 2003년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도 연주자들에게 고가의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해주고 있다. 최근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세종솔로이스츠의 바이올리니스트 천웬황이 23억원짜리 1683년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로,조성원씨가 15억원짜리 1758년산 J B 과다니니로 연주했는데 모두 김 회장 소유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