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소파 위엔 그림…욕실엔 조각…호텔서 미술 '큰場'
침대와 벽에 데미안 허스트와 줄리언 오피,장샤오강,히로시 고바야시,김창열,박서보,홍경택씨의 그림이 걸린다. 화장실의 욕조 안에 올려놓은 조각은 마르셀 뒤샹의 작품 '변기'를 연상시킨다. 소파,화장대,콘솔에도 비치된 그림과 사진도 아기자기하다.

고급 숙박휴양 시설로만 여겨졌던 호텔 객실에 미술품들이 빼곡이 들어찬다. 새로운 형태의 미술 장터 '호텔 아트페어'다.

미국 뉴욕이나 마이애미,독일 베를린에서 수년 전부터 시도된 행사다. 일반 아트페어와 달리 현대 미술이 주거 공간이나 사무실과 어떻게 조응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펼쳐지는 '아시아 톱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AHAF)에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등 7개국 화랑 69곳이 참여한다.

◆국내외 작가 400명 작품 3000점 출품

'서머 나이트 위드 미(summer night with 美)'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90여 객실에서 작가 400여명의 작품 300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국제아트페어지만 국내 화랑이 48곳이나 된다.

가나아트갤러리는 도성욱씨의 극사실회화를 비롯해 서유라,서지형,여동헌,황선씨 등의 그림을 펼쳐 보인다. 갤러리 현대는 남경민,길양숙,황주리,이왈종,김덕기씨 등 국내 작가와 스테판 발켄홀의 작품을 전시하고,국제갤러리는 박미나와 홍승혜씨 등 전속 작가들의 작품을 건다.

갤러리 아트싸이드는 중국 인기작가 장샤오강의 순금으로 제작된 부조와 조각가 박선기 · 최태훈,히로시 고바야시,원석연,이재삼씨 등 10여명의 작품 30여점을 내놓는다.

카이스갤러리는 팝아티스트 홍경택,'청바지 작가' 최소영,사진 작가 민병헌,김은진,박상희,이경미,이소연씨 등 8명의 근작 30여점을 비치한다.

박영덕화랑(김세중 · 김창영 · 로버트 인디애나 · 백남준)과 조현화랑(데미안 허스트 · 마크 퀸 · 수잔 더저스),금산갤러리(김종학 · 정상곤 · 박은선),표갤러리(김창열 · 이용덕),이화익갤러리(김기수 · 김덕용 · 김동유 · 최영걸)도 국내외 작가 작품을 소개한다.

일본 화랑 중에는 도미오 고야마갤러리(나라 요시모토),스카이 더 베스 하우스(아니시 카푸어 · 이우환 · 줄리언 오피),니시무라갤러리(고바야시 다카노부 · 데이비드 호크니) 등이 각각 특색있는 작품들을 출품한다.

◆일본 현대미술 거장들과의 만남도

호텔 로비의 다양한 특별전에서는 객실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와는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는 젊은 작가전,사진 작가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조민기 작품전,일본 현대미술 특별전,신달호 · 이상길씨 등이 참여하는 조각전,일상 속의 예술을 통해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추구하는 한젬마 작품전,가구 디자이너 하지훈 작품전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미술비평가 산다 하루오가 기획한 일본 현대미술 특별전 '이미지의 모험가'에는 구사마 야요이,나라 요시토모,고바야시 다카노부 등 대가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일본 현대미술의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국내외 젊은 작가를 소개하는 '영 아티스트'전에서는 김지혜,김현아,이국현,강한마로,람뚱탕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7일과 28일 오후 7시에는 재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참여 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는 행사가 호텔 내 이벤트룸에서 열린다.

황달성 운영위원장은 "관람객들은 비공개 휴식 공간인 객실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에서 예술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02)741-63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