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로드 넘버원', 두 배우 매력 못살리고 4% 추락

톱스타 소지섭과 김하늘이 주연을 맡은 MBC TV 전쟁 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13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이 대작은 시청률 5%도 모자라 지난 11일에는 4%(4.4%) 대로까지 떨어졌다.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이날 방송에서는 여주인공인 수연(김하늘 분)의 죽음을 묘사하는 내용까지 펼쳐지며 긴장감이 극에 달했지만 시청자는 냉정했다.

그간 '로드 넘버원'의 패인이 대해서는 여러 진단이 나왔다.

전쟁과 멜로 두 마리 토끼를 쫓으려다 이도저도 안됐다거나, 멜로가 너무 강해 전쟁 드라마의 이미지를 퇴색시켰다거나, 시청자들이 더이상 한국전쟁에 관심이 없다는 등의 분석이 그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분석이 곁들여졌으며 이 분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을 더하는 양상이다.

'미스 캐스팅'이라는 것이다.

'로드 넘버원'이 기획될 때만 해도 소지섭과 김하늘의 캐스팅은 최고의 카드로 평가받았고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혔을 정도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드라마 속 둘의 모습은 왠지 모를 이질감을 전해줬는데, 그 이유가 연기력이 아니라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소지섭과 김하늘은 이 드라마에서 그야말로 몸을 던져 열연을 펼치고 있다.

'꽃미남 꽃미녀'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흙투성이가 돼 산과 들을 뛰어다니고 전쟁터 포화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다.

그러나 소지섭과 김하늘의 매력은 도시적인 시크함에서 빚어지는 것이었다.

재투성이가 된 이들의 열연은 둘이 가진 매력을 반감시켜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12일 "소지섭은 CF에서도 우수에 젖은 도시적 시크함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어필한다.

그런 그가 까까머리의 흙투성이 군인으로 변신하니 제 매력을 못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늘 역시 '온에어' 등에서 발랄하고 도시적인 이미지로 사랑받은 그가 후줄근한 차림으로 나와 시대의 아픔을 몸으로 견디는 연기를 하니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실제로 '발리에서 생긴일' '미안하다 사랑한다' '카인과 아벨' 등에서 소지섭이 사랑받은 이미지는 세련되고 섬세한 것이었지만 '로드 넘버원'의 이장우는 투박하고 저돌적이다.

김하늘도 데뷔 초반에는 드라마 '피아노', 영화 '동감' 등에서는 차분한 이미지로 어필했지만 그를 최고 스타로 만든 작품들은 생기 넘치고 발랄한 도시녀로 변신한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7급 공무원', 드라마 '온에어' 등이었다.

그런 점에서 '로드 넘버원'의 김수연은 퇴보인 셈이다.

이렇듯 '로드 넘버원'은 소지섭과 김하늘이라는 두 스타를 보는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으로 작용하고 있 듯 하다.

배우의 변신은 기회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대중도 배우가 변신을 하지 않으면 '게으르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막상 변신을 통해 갈아입은 옷이 어울리지 않으면 가차없이 등을 돌린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배우가 변신을 안 하면 왜 변신하지 않냐고 비난한다.

하지만 막상 변신해서 마음에 안 들면 배우 혼자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며 "배우들에게 '로드 넘버원'의 실패는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