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에서 길이 확 사라졌다. 차량의 현재 위치와 속도 정보뿐이다. 민통선 초소의 높다란 철망 출입문을 지나면서부터다. 아스팔트 길도 끊어졌다. 오른편의 수입천 지류를 거슬러 오르는 길은 비포장이다. 터널을 이룬 8월의 짙은 녹음과 흐릿한 물안개가 덮인 흙길 위엔 원시의 생명력이 가득하다. 휴전 이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면서 50년 넘게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청정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반갑다. 강원 양구지역 '산소탱크'의 중심,두타연으로 향하는 길이다.

◆10년 젊어지는 청정자연


두타연은 양구 민통선 안 4㎞ 지점에 있는 커다란 소(沼)다. 내금강에서 흘러온 수입천 지류의 물줄기가 좁아져 폭포로 쏟아져 내리면서 형성됐다. 두타연이란 이름은 아주 옛날 부근에 있던 두타사란 절 이름에서 따왔다.

병풍같이 펼쳐진 20m 높이의 바위 중간에 협곡처럼 깊게 패인 10m 높이 폭포가 있다. 폭포 아래 두타연의 깊이는 15m.폭포물에 이는 하얀 포말과 시퍼런 물속이 두렵기까지 하다.

폭포 아래 강바닥까지 너른 바위가 깔려 있다. 바위에 앉아서 보는 폭포 모습이 장관이다. 바위 틈새에 도드라지게 핀 노랑꽃이 눈길을 끈다.

"원추리예요. 노란 게 예쁘지요?"

양구에 사는 박진용씨는 바위 틈새를 비집고 나온 작은 잎사귀도 가리킨다.

"이건 돌단풍이고요. 잎이 단풍잎처럼 생겼잖아요. 바우(바위)나리라고도 불러요. 꽃이 하얗게 피는 게 아주 예뻐요. 새 잎을 뜯어먹으면 미나리향이 나는 게 좋지요. "

열목어 소리에 박씨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 "열목어 천지지요. 팔뚝 만한 열목어를 잡는 사람들도 있어요. 도대체 믿지를 않는데,전망대에서 잘 살펴보세요. 큰 열목어가 많이 보여요. "

두타연 주변 탐방로를 걷는다. 두타연을 중심으로 아래쪽 출렁다리를 건너 주위 계곡을 한 바퀴 도는 2㎞ 코스다. 탐방로를 벗어나면 지뢰 같은 폭발물이 나올 수 있어서인지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천렵의 즐거움과 도자기 빚기

금강산에서 두타연까지 20㎞를 달려온 수입천 지류의 물줄기는 직연폭포와 파서탕을 거쳐 파로호로 들어간다. 물줄기가 곧바로 떨어진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직연폭포는 두타연 폭포에 견줄 만큼 멋지다.

직연폭포 옆 방산자기박물관을 들러볼 만하다. 양구 방산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백자 가마가 있던 곳이다. 금강산에서 출토된 이성계의 발원백자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정두섭 관장에 따르면 이성계는 조선 건국 1년 전인 1391년,왕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글로 새긴 발원백자를 방산 흙으로 빚었다. 1만여명의 기원이 담긴 이 백자는 금강산의 높고 험한 비로봉 대신 월출봉에 묻혔는데 1932년 금강산 방화선 구축 때 발견됐다고 한다.

정 관장은 "이성계 발원백자는 조선백자의 고려백자 계승설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물로서 의미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직연폭포에서 더 내려가면 오미마을이다. 여울의 물살이 빠르며 수심은 얕아 견지낚시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강남골집' 부근이 천렵 포인트다. 천렵이라면 정반대 쪽 대암산 자락의 광치계곡도 빼놓을 수 없다.

해안마을도 찾아보자.가칠봉의 을지전망대에 서면 해안마을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왜 해안마을을 펀치볼(화채그릇)이라고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양구읍 내에 있는 박수근 미술관도 필수 코스.양구에서 태어난 화가 박수근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다. '굴비'라는 작품은 20억원을 호가한다.

양구=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TIP

서울에서 88올림픽대로~서울춘천고속국도~춘천분기점~중앙고속국도 춘천 톨게이트~46번 국도~배후령~오음~추곡~양구.막히지 않으면 1시간 반 길이다. 동서울터미널과 상봉터미널에서 양구행 버스가 출발한다.

'2010양구배꼽축제'가 오는 15일까지 양구읍 양구레포츠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두타연 트레킹,맨손 고기잡기,백토머드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하리에 있는 KPC호텔(033-482-7700)이 양구 유일의 호텔이다. 중리의 양구명품관 앞 센츄럴모텔(033-481-2121) 등 깨끗한 모텔이 많다. 남면의 광치자연휴양림(033-482-3115) 계곡이 시원하다.

광치막국수(033-481-4095)의 막국수 맛이 깔끔하다. 5000원.민들레전은 끝맛이 쌉싸래하다. 6000원.장수오골계(033-481-8175)의 오골계구이가 혀에 감긴다. 3만5000원.오골계 백숙은 4만원.중앙시장에 있는 옥천식당(033-481-2454)의 내장국밥 한 그릇에 배가 든든해진다. 5000원.양구 재래식손두부(033-482-4475)의 두부요리도 맛있다. 두부전골 6000원,들기름 두부구이와 모두부 각 5000원.

두타연은 양구군청 경제관광과에 3일 전 출입신청해야 들어갈 수 있다. 방산자기박물관(033-480-2664)에서 도자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 원토를 채취하고 가공해 도자기를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국토정중앙천문대(033-480-2587)에서 별자리여행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산양증식복원센터(033-480-2665)에는 13마리의 산양이 있다. 박수근미술관(033-480-655)에선 박수근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양구군청 경제관광과(033)480-2251,www.yanggu.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