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마철 맞나요? 왜 장마 끝난 뒤 휴가철 같죠?"(@yesman21c)

"날씨가 이게 뭐야.이러다 휴가 때 장마 시작하는거 아냐? 나 7월31일부터인데…."(@funin76)

전형적인 장마철인 7월 초인데도 장맛비가 내리지 않자 휴가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는 트위터 사용자들의 '날씨 하소연'이 번지고 있다. "이런 날씨라면 휴가 절정기인 8월 초를 피해 7월 중에 가도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적지 않다. 장마전선에 이상조짐이 나타나면서 휴가 풍속도도 덩달아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장마전선 · 태풍은 어디에

장마전선은 현재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 발이 묶여 있다. 저기압의 힘을 받을 때 일시적으로 올라와 비를 뿌리긴 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후퇴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정준석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북태평양의 뜨겁고 건조한 공기가 잘 유입되지 않아 장마다운 비가 오지 않고 있다"며 "장마전선이 올해처럼 자주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중국 양쯔강 쪽에서 덥고 축축한 공기가 유입돼 뭉게구름을 자주 형성하는 중"이라며 "최근 내린 비는 엄밀히 말하면 장맛비가 아닌 소나기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태풍도 덜 생기고 있다. 예년엔 7월 초순까지 5개 정도 관측됐으나 올해엔 지난 3월 서태평양에서 잠깐 생겼다 사라진 '오마이스' 1개뿐이었다. 서장원 기상청 해양기상과장은 "태풍은 남쪽의 더운 열을 북쪽으로 실어날라 지구의 균형을 맞추는 수단"이라면서 "하지만 남북의 기온차가 크지 않아 태풍이 생길 만한 여건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휴가 가기 좋은 시기는

휴가철 날씨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휴가철이 뒤죽박죽될 개연성이 커졌다. 오히려 8월에 더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는 것.반면 전통적 장마철인 7월 중 · 하순에도 비가 많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올해의 경우 휴가는 '복불복'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승배 기상청 대변인은 "8월에도 집중호우가 늘어나는 경향"이라며 "장기예보나 장마전선 동향만 믿고 휴가 기간을 잡았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관들도 '휴가 기간을 언제로 잡는 게 좋겠느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답하기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밤 기온은 선선

장마 강수량이 줄면서 한낮은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2.2도로 평년보다 1.2도 올랐고 1973년 이후 두 번째로 뜨거웠다. 이달 들어서는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난 1~6일 평균기온은 24.8도를 기록,평년보다 1.8도 높았다. 요즘 날씨가 마치 장마 뒤 땡볕 같다고 트위터들이 생각할 만한 기온이다.

반면 밤에는 선선하게 느껴지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문을 열어 놓고 자다 목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상청 관측자료에 따르면 현재 밤 최저기온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1~2도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도 밤 기온이 선선한 이유는 무덥고 습한 태평양 기단이 올라오지 않고 오히려 북동쪽 오호츠크해 기단이 상대적으로 발달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단이 장마전선의 북상을 저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