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미술품 경매시장에서는 실험성 강한 20~40대 작가보다 거장이나 원로 작가들의 작품이 강세를 보였다. 또 디자인,보석,시계 등 테마 경매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서울옥션과 K옥션,아이옥션 등 3개 경매업체가 상반기에 실시한 18차례 경매에서 출품작 2334점 중 1738점이 팔려 낙찰률 74%,낙찰총액 342억원을 기록했다. 업체별 낙찰액은 서울옥션 209억원,K옥션 108억원,아이옥션 25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상반기 낙찰총액(279억원)보다 20% 정도 늘어난 금액이다.

◆심화되는 양극화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 이대원 천경자 등 '블루칩 작가'들이 다시 뜬 반면 20~40대 작가들의 위세는 한풀 꺾이는 세대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최근 해외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인상파 및 근 · 현대 거장들의 검증된 작품에 매기가 몰리면서 이 같은 추세가 국내시장에 옮겨 붙는 양상이다.

근 · 현대거장 및 원로작가들이 인기를 끌면서 올 상반기 점당 1억원 이상 고가에 경매된 작품은 총 50점(고미술품 포함)으로 조사됐다. 이 중 서울옥션이 30점으로 가장 많았고 K옥션 15점,옥션단 3점,아이옥션 2점 순 이었다.

이중섭의 '황소'가 35억6000만원에 팔려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두 번째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또 김환기의 '영원한 것들'(21억원),'이른 봄의 소리'(6억3000만원),이우환의 '점으로부터'(9억2000만원),박수근의 '여인들'(8억5000만원),천경자의 '발리섬의 소녀'(2억5600만원) 등이 고가에 팔렸다. 장욱진과 도상봉 유영국 이대원 김종학 김창열 오지호 등이 오름세를 이어 갔다.

반면 홍경택 김동유 도성욱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옥션이 20~40대 작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커팅 엣지' 경매에서는 출품작 42점 가운데 29점만 팔려 낙찰률이 작년(95%)보다 27%포인트 하락한 68%에 머물렀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주식시장에서 벤처 거품 붕괴 후 비교적 안전한 대형 우량주에 투자가 쏠리는 것처럼 미술 경매시장도 옛 거장이나 현대 미술 대가들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자인,보석,시계 경매 블루오션

서울옥션과 K옥션이 사업 다각화로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과 보석,시계 경매도 선전했다. 서울옥션이 상반기 두 차례 실시한 디자인 경매는 평균 낙찰률 75%를 기록했다. 샬롯 페리앙과 장 푸르베의 '책장'(1억원),조지 나카시마의 작품 등이 고가에 낙찰됐고 신상호 신현문 김경환 이정섭 잭슨홍 공주석 등 국내 디자인 작가들의 작품도 비교적 높은 가격에 팔렸다. 또 K옥션의 지난달 보석 경매는 100%의 낙찰률을 기록했고,시계 부문 역시 70%에 가까운 낙찰률을 보였다.

◆엇갈리는 하반기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국내 미술시장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하지만 내년 미술품 양도세 부과에 따른 시장조정 기간에 대해서는 약간씩 의견을 달리했다. 미술품 구입층 확대,아트마케팅 확산,G20 정상회의 등의 호재와 미술품 양도세 부과,유럽발 금융위기,북한 리스크,세계경제 더블딥 우려 등의 악재가 뒤섞이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최근 2~3년간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인기 작가들의 작품은 '바닥 심리'에 따른 매수세 확산으로 가격이 소폭이나마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그림값이 크게 떨어졌던 유망 작가들의 작품도 호가가 서서히 오르고 있어 하반기에는 2006년 수준까지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반면 미술평론가 정준모씨는 "국제시장에 비해 국내 미술시장의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내년부터 6000만원 이상 작품(작고 · 외국작가)에 대해 양도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라며 "양도세 부과 연기 문제가 조기에 매듭지어지지 않을 경우 조정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