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성 디자이너 샤를로트 페리앙의 오리지널 빈티지 책장,스페인의 대표적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의자,네덜란드 인기 디자이너 피트 하인 이크가 폐가구로 만든 서랍장….

최근 국내외 디자이너들의 조명 · 가구 · 도예 작품이 미술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자인 작품의 소장 가치와 판매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아트 테크'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를 비롯해 크리스티,서울옥션 등은 유명 디자이너 작품을 모은 테마 경매를 잇달아 열고 있고, 화랑들의 기획전도 늘어나는 추세다.

◆344억원짜리 안락의자 등장

크리스티는 작년 12월 뉴욕 경매에서 디자인 관련 출품작 157점 가운데 122점을 판매해 낙찰률 79%,낙찰총액 약 95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 17일 경매에서는 모두 146점을 팔아 약 71억원(585만달러,수수료 포함)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서울옥션이 실시한 첫 디자인 경매에서 출품작 73점 중 66점(낙찰률 90%)이 팔려 낙찰총액 21억9170만원을 기록했다.

가격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2월 크리스티 파리 경매에서 아일랜드 출신 근대 디자인의 선두주자 아일린 그레이의 '드래건 안락의자'가 경합 끝에 추정가보다 10배나 많은 약 344억원에 팔려 디자인 작품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지난 17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에밀 자크 펄먼의 서랍장이 약 7억4000만원(61만달러)에 낙찰돼 눈길을 끌었고,작년 12월 크리스티 뉴욕경매에서는 카를로 몰리노의 테이블이 7억3000만원가량(60만달러)에 새 주인을 찾아갔다. 국내에서는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 '테이블 세트'가 1억4500만원에 팔려 최고 낙찰가로 기록됐다.

◆줄잇는 전시,경매

디자인 작품이 이처럼 주목을 받자 경매와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옥션은 오는 25일 서울 강남 호림아트센터 1층 서울옥션에서 '강렬함과 견고함'이란 주제로 제2회 디자인 경매를 진행한다. 이번 경매에는 20세기 말 포스트 모더니즘을 이끌었던 멤피스 그룹의 작품을 비롯해 하이메 아욘(스페인),캄파나 형제(브라질),구스타브 스티클리와 조지 나카시마,티파니 스튜디오 등의 작품 100점이 나온다.

국제갤러리도 다음 달 2일부터 8월5일까지 프랑스 · 스위스 작가들의 디자인 작품전을 연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그의 형제 디에고 자코메티의 가구 디자인을 비롯해 에미레 자키 룰만, 쟌 미셸 프랭크, 유진 프린츠, 도미닉,쟌 듀난드 등 10명의 작품 6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나뭇결과 옹이, 실루엣을 그대로 살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결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가구 작품이어서 눈길을 끌 전망이다.

'디자인 예술의 1번지'로 손꼽히는 바우하우스의 컬렉션은 24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바우하우스& 모던 컬렉션'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마르셀 브로이어를 비롯해 미하일 토넷,한스 베그너,조지 넬슨 등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대표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 50여점이 소개된다.

◆잘만 고르면 큰 수익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은 "디자인 시장은 근 · 현대 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며 "절세 상품인 데다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어 경매시장은 물론 화랑가에서도 거래가 활기를 띨 것 같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도자기나 고서화에도 모조품이 있는 것처럼 디자인 작품에도 '짝퉁'들이 즐비하다. 일부러 닳은 흔적이나 흠집을 내 소비자를 현혹시킨다. 따라서 실제 제품을 구입할 때에는 철저한 시대적 고증은 물론 조각이나 장식 문양의 세세한 요소까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