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28일은 기상학상 '이상한 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별별 기록이 다 세워진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한반도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기상 관측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여기에다 전국에는 천둥 · 번개에 돌풍을 동반한 비와 눈,진눈깨비,우박까지 내렸고 경북 안동에선 지진도 발생,그야말로 최악의 하루였다는 분석이다.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 · 5월5일)를 일주일 앞두고 나타난 '겨울날씨'에 기상청에는 이날 "지금이 4월 말이 확실하냐"는 문의 전화가 오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7.8도를 기록,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진 것은 10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예년 4월 하순께 서울 낮 최고기온은 15~20도 정도였으며 이전 최저 기록은 1962년 4월27일의 10.1도였다. 이날 내내 비가 내리면서 오후 2시께 서울의 기온은 4.2도로 더 낮아졌다. 이 밖에 인천(8.1도) 대전(6.7도) 대구(8.9도) 광주(11.3도) 등 전국 대도시의 낮 최고기온도 역대 최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낮은 기온과 함께 이날 전국에는 천둥 · 번개 및 돌풍을 동반한 비와 눈도 내렸다. 제주도에 초속 20m의 강풍이 부는 등 초속 17m를 넘어서는 돌풍이 전국 각지에서 몰아쳤다. 안나푸르나봉 정상에 오르면서 오은선 대장이 맞았던 바람과 맞먹는 규모다. 바람과 함께 비도 내려 전국적으로 적지 않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한라산 등 제주 일부 산간지역에는 오전 한때 우박이 떨어지기도 했다. 광주와 강원 산지에서는 눈도 내렸다. 여기에 부산,광주 등엔 오후 한때 천둥 · 번개가 치면서 트위터에는 이날 하루 종일 각 지역의 천둥 소식을 전하는 수백 개의 트위트가 올라왔다.

최악의 날씨 속에 안동 지역에서는 이틀 연속 지진까지 감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2분 안동시 남서쪽 3㎞ 지역에서 규모 2.1의 지진이 발생했다. 앞서 하루 전인 27일 오후 7시29분엔 안동시 북쪽 26㎞ 지역에서 규모 2.3의 지진이 발생했었다.

4월28일은 견디기 힘든 하루였지만 기상청은 29일부터 맑은 날이 전국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따뜻한 봄은 5월 중순이 돼야 올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봄 없이 '겨울→여름'이 될 것 같다"는 기상청 홈페이지 게시글이 사실이 될 공산이 커진 셈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