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외 사회복지법인 인클로버 대표는 지난해 말 사진 작가로 변신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회사 일로 바쁜 중에도 사진 동호모임 장터포토클럽(회장 이태주)의 정기 전시회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 요즘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이면을 렌즈에 담는다.

한 대표를 비롯해 황석기 준오헤어 대표,김중길 아주약품 회장,김중민 스텝뱅크 대표,번춘방 여주 고려병원장,배석두 서진클러치 회장 등 사진 잘 찍기로 소문난 기업 최고경영자(CEO) 10명이 한 자리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이들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2~26일 열리는 서울오픈아트페어(SOAF)의 'SOAF와 함께하는 CEO사진전'에 각자의 작품을 출품한다.

이들 작품은 모두 20여점.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인물 표정을 담은 것부터 '순간의 미학'을 자신의 경영철학과 접목한 것까지 다양하다.

CJ그룹 상무에서 준오헤어의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황석기 사장은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SERI)의 'CEO 사진 과정'을 통해 사진예술을 접한 뒤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빠졌다. 인물과 풍경을 많이 찍어온 그는 "지난 3년간 사진에서 '여유와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다"며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헤어패션 경영에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무명 화가가 눈을 그리는 모습을 포착한 작품 '눈빛'과 인도네시아 발리의 석양 속으로 양동이를 이고 가는 세 자매의 모습을 담은 '균형' 등을 건다.

김중길 회장은 중학교 시절 카메라를 접한 후 해외 출장길에도 사진기를 갖고 다닐 정도로 사진에 푹 빠졌다. 전국의 야생화 사진을 주로 찍어온 그는 이번 전시에도 유채꽃과 민들레의 개화 모습을 생생하게 잡아낸 작품 2점을 내놓는다. 꽃망울에 물든 원색이 독특한 미감으로 다가온다.

휴먼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길을 걷고 있는 김중민 대표는 작년 아탈리아 돌로미테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을 출품한다. 푸른 숲과 맑은 계곡,거대한 바위산에 내려앉은 눈을 포착한 작품이다.

번춘방 원장도 평소 사진을 좋아해 일상 속의 풍경들을 여러 각도로 카메라에 담아왔다. 전문 작가 못지않은 열정과 실력을 갖춘 그는 인도의 바리시니 풍경 등 3점을 들고 나온다.

한용외 대표가 출품한 로마 황제의 휴양지인 이탈리아 카프리섬의 해변 풍경,오기근 아트힐 카프 대표의 '자작나무' 시리즈,황도연 오비고 모바일 사장의 아프리카 야생 풍경 등도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숙영 서울오픈아트페어 운영위원장은 "평소 사진예술을 사랑하는 기업인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이들의 또다른 면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 수익금 일부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 기부돼 아시아 빈곤 지역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성금으로 쓰여진다.

올해 서울오픈아트페어에는 국내 화랑 80여곳이 참여해 작가 1200여명의 작품 5500여점을 전시 · 판매한다. (02)545-33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