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나와 너' 출간

해마다 새로운 그림책으로 팬들과 만나 온 인기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 올해에는 영국에서 전해내려온 옛이야기 '곰 세 마리와 금발머리'를 새롭게 해석한 '나와 너'(웅진주니어 펴냄)로 찾아왔다.

전통적인 옛이야기 '곰 세 마리와 금발머리'는 금발의 소녀가 숲 속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다.

소녀는 아빠 곰의 죽은 너무 뜨겁고 엄마 곰의 죽은 너무 차가워 적당한 온도인 아기 곰의 죽을 다 먹어버리고, 너무 딱딱한 아빠 곰의 침대와 너무 푹신한 엄마 곰의 침대 대신 적당한 아기 곰의 침대에 누워 잠이 든다.

이 옛이야기는 조금씩 변형되기는 했으나 대부분 소녀가 돌아온 곰 가족을 보고 놀라 도망치는 것으로 끝난다.

소녀는 "남의 것에 함부로 손을 대면 안 된다" 또는 "숲 속에 혼자 가지 마라"는 엄마 말씀을 듣지 않은 것을 뉘우친다.

그러나 앤서니 브라운은 이 이야기에서 '외로운 아이'를 찾아냈다.

도시에 사는 아기 곰은 회사와 집, 자동차 이야기만 하는 부모 사이에서 외로워 혼자 딴전 피우며 장난을 치고, 금발머리 소녀는 어머니가 일 나간 사이에 동네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외롭다.

그저 편안하고 귀여운 그림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날카로운 주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풍족하지만 대화가 단절된 곰 가족의 그림은 따뜻하고 화사한 색을 입었으나 그 때문에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소녀가 홀로 음습한 도시의 골목길을 걷는 모습을 그린 흑백의 그림은 현실의 싸늘한 공기를 전해준다.

다만, 브라운은 현실에 머물지 않고 희망과 소통의 가능성까지 말한다.

소녀는 곰 가족을 보고 놀라 집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아기 곰은 소녀가 사라진 길을 창 너머로 바라보며 소녀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해한다.

비바람을 맞으며 길을 걷던 소녀는 가로등의 은은한 빛을 받으며 서 있는 엄마에게로 달려가 품에 안긴다.

서애경 옮김. 32쪽. 1만1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