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재결성 10집, "추억만 팔지 않겠다"

홍대 라이브클럽 사운드홀릭. 무대에 1970-80년대 활동한 그룹 송골매가 오르자 젊은이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진부한 사운드의 구닥다리 그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연륜 있는 연주자들의 수려한 사운드가 클럽 공기를 휘감자 '와~'하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20년 만에 재결성된 송골매는 이렇게 새로운 음악 팬들과 최근 대면했다.

송골매는 한국항공대의 그룹 활주로를 모태로 1979년 '세상만사'를 타이틀로 한 1집을 내며 데뷔했다.

배철수, 구창모가 몸담으며 '고추 잠자리',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어쩌다 마주친 그대',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 록음악 시장을 이끌었으나 1990년 9집을 끝으로 해체했다.

20년 만에 재결성하는 데는 오리지널 멤버인 이봉환(56. 리드 보컬 겸 키보드), 김정선(56. 보컬 겸 기타)이 주축이 됐다.

여기에 최승찬(44. 보컬 겸 키보드), 정준교(44. 베이스), 고중원(34. 드럼) 등의 새 멤버가 영입됐다.

역시 원년 멤버인 이응수는 이번 신보인 10집 '송골매 2010'의 기획 및 작곡에만 참여했다.

사운드홀릭에서 만난 멤버들은 "요즘 너무 즐겁고 재미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척박한 록 시장에서 전설이었던 과거 브랜드를 내걸고 활동하는 고충이 클 텐데도 말이다.

이봉환은 "2004년부터 재결성을 준비했다"며 "20년간 음악계를 떠난 적이 없지만 그룹에 대한 목마름은 사라지지 않더라. 가장 먼저 논의한 사람은 중고등학교 동창이자 팀 리더 배철수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배철수가 재결성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부터 진지하게 설명했다.

"배철수는 지금 라디오 DJ로 유명할지 모르지만 대표적인 록그룹의 얼굴이었죠. 아마 배철수에게 송골매는 정열과 땀을 쏟아부은 분신일 겁니다. 전설로 남길 바란 송골매가 재결성되고, 또 개인 사정상 참여하지 못해 서운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우리가 다시 활동하도록 결정해준 배철수에게 팀의 일원으로 큰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새 멤버는 전설적인 브랜드를 지키고 한 단계 발전시켜 줄 실력파 연주자들로 영입했다.

편곡 실력이 뛰어나 10집 프로듀서를 맡은 최승찬은 부활의 원년 멤버로 조용필 밴드인 위대한 탄생, 김건모가 활동했던 평균율, 정준교와 함께한 그룹 주니퍼에서 활동했다.

정준교도 부활에서 15년간 몸담았다.

최승찬은 "송골매가 히트했을 때 우리는 형님들을 동경하던 고등학생이었다"며 "아마 당시 후배 중 송골매 음악을 연주 안 해본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텍스트 밴드였다. 코리안 록을 처음 선보였기에 음악적으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10집은 새 멤버 영입을 통해 시대에 발맞춰 감각적인 사운드로 새 옷을 입었다는 게 멤버들의 설명이다.

음반에는 이응수가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다시 날아보자'를 비롯해 최승찬이 작곡한 '정말 나쁜 나야', 이봉환이 작곡한 '신고산 타령' 등 3곡의 신곡과 과거 히트곡 등 총 14트랙이 담겼다.

이봉환은 "처음 송골매는 아마추어 밴드였기에 연주의 테크니컬적인 면에서 사랑과평화 등 미8군 출신 밴드에 뒤졌다"며 "테크닉에 대한 동경 탓에 7집 때 멤버 교체가 있었는데 송골매 분위기가 사라져 실패했다. 음악은 테크닉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밴드만의 색깔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 음반을 내면서 그 느낌이 사라질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이틀곡 '다시 날아보자'가 그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게 이봉환의 설명. 재출발하는 송골매의 자전적인 이야기 같은 이 곡은 힙합 리듬이 가미된 강한 비트의 록이다.

더불어 록 발라드 '정말 나쁜 나야'는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여성 팬들을 사로잡을 넘버다.

민요 '신고산 타령'을 가사로 한 동명곡은 송골매가 지켜온 한국적인 색깔을 품고있다.

멤버들은 "멤버가 바뀌고 시간이 흘렀지만 송골매 음악의 핵심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송골매 음악은 한국적인 이미지를 록 형식에 표현한 곡들이죠. '세상만사', '하늘나라 우리 님', '탈춤' 등의 노래에서도 느껴지듯이 우리 음악을 '코리안 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이봉환, 이응수)

이들의 열정에 반해 록 음악 시장 침체는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다.

최승찬은 "시대가 변하면서 록의 흐름을 발라드, 댄스, 힙합이 이어받았다"며 "그러나 유행을 핑계 삼아 록음악계가 과거 히트곡들을 넘어서는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나위 출신인 서태지는 다양하게 진화해 다시 록으로 돌아가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한때 유행한 '7080' 공연들이 추억만 팔았기에 진부한 공연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며 추억을 팔아 음악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과거 송골매 시절이 어제 일 같아요. 그렇기에 '7080' 밴드에 머물고 싶지 않아요. 후배들에게 이 나이가 되어도 음악할 수 있다는 희망을 몸소 보여주고 싶어요. 롤링스톤스처럼 오래 남는 한국 대표 그룹이 되고 싶습니다."(이봉환)

(사을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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