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랑하는 사람 잃은 슬픔에 따른 우울증 가능성"

고(故) 최진실씨의 동생 진영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금까지 경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진영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우울감이 담긴 글을 남기는 등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울증은 흔히 나타날 수 있는 기분 장애지만 심각하게 진행될 경우 몸과 마음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정신질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신체증상이나 기분, 사고를 포함하는 신체 전반에 걸친 질환으로,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 우울증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정신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수면과 식사뿐만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 느끼는 방식과 사물을 생각하는 방향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우울증을 없애버릴 수도 없다고 한다.

즉, 단지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해서 우울증에서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우울증은 통상 5명 중 1명이 일생에 한번은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는데, 우울증에 걸리면 직장생활과 사회생활은 물론 신체 기능에도 심한 장애를 가져오게 된다.

슬픔이나 일시적인 비애와는 다르게 어떤 상황에 접해도 증상이 달라지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을지의대 을지병원 정신과 주은정 교수는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이 숨졌을 경우 일반인들은 시간이 가면서 슬픔이 점차로 사그라지지만, 우울증에 걸린 경우라면 시간이 지나도 슬픔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몇 개월에서 몇 년 동안 증상이 지속될 수 있으며, 사회적ㆍ인간적 유대관계가 무너지거나 직업에서의 생산성 상실과 무능, 심하면 자살 등을 감행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고 주 교수는 지적했다.

고 최진영씨도 누나의 사망 이후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오다 자살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 교수는 "우울증은 1년 정도 면담요법과 약물치료 등을 병행하면 80~90%의 환자가 회복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우울증은 치료 후 증상이 일시적으로 개선돼도 재발하기가 쉬운 만큼 충분한 기간에 걸쳐 면담과 치료를 통해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