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가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오케스트라 지휘도 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연주와 지휘를 동시에 한다. 이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앨범을 두 개나 낸 그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24번 등을 들려준다. 이런 공연은국내에서 매우 드물다. 솔리스트가 한 번 지휘자로 '업종 변경'을 한 뒤 다시 악기를 잡는 일은 거의 없다.

◆건반에서 지휘봉으로

5월3~4일 서울 예술의전당과 6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공연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쇼팽,드뷔시 등의 곡을 섬세하게 연주해 클래식 마니아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에서 지휘봉을 잡아 지금은 마에스트로로 더 유명하다.

수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대진씨도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국내외 유명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김씨는 감성적이면서도 정확한 타건으로 환호를 받았다. 신예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김선욱의 스승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은 그는 다음 달 6일 경기도 문화의전당에서 수원시립교향악단 200회 정기연주회를 갖고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브람스의 교향곡 1번 등을 들려준다.

9월 내한 공연을 갖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바실리 시나이스키,'세기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도 피아노를 공부했다.

음악평론가 진회숙씨는 "지휘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악기를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며 "특히 피아노 연주는 교향곡을 피아노에 맞게 편곡할 수 있을 정도로 음이 풍부하기 때문에 지휘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 위의 인생보다 악단의 수장으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4월30일,5월1일 세종문화회관)의 지휘봉을 잡고 내한 공연을 갖는 샤를 뒤투아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9월8일 성남아트센터)의 이반 피셔,로열 콘서트헤보 오케스트라(11월12~13일 서울 예술의전당)의 마리스 얀손스는 현악기를 전공했다. 샤를 뒤투아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이반 피셔는 바이올린과 첼로,마리스 얀손스는 바이올린을 공부했다.

172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과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활로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도 최근 지휘자로 거듭났다. 올해 창단 45주년을 맞는 서울바로크합주단 초청으로 11월4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는다.

2007년 제1회 성남 국제청소년관현악 페스티벌에서 지휘자로 데뷔한 첼리스트 장한나씨는 작년에도 '마에스트라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무대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음악가로서 지평을 넓힌다는 생각으로 지휘를 시작했다"며 "교향악에서 현악기가 가장 많기 때문에 현악을 알면 당연히 지휘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지휘자가 피아노와 현악기만 공부한 것은 아니다.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소피아 필하모닉의 종신객원 지휘자 이영칠씨는 호른 연주자, 5월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슈투트가르트 방송 교향악단의 지휘자 로저 노링턴은 성악가 출신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