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의 침체와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던 홍콩국제영화제(HKIFF)가 제2의 도약을 향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1970-8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와 함께한 HKIFF는 한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으나 90년대 접어들면서 홍콩 영화가 힘을 잃으면서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영화를 사고파는 홍콩필름마트가 지난 4-5년간 꾸준히 성장, 아시아 최대의 필름마켓으로 부상하면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고 있다.

올해 홍콩필름마트에는 50여 개국에서 약 540개 업체가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라트비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는 처음으로 왔다.

◇T.V,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전시 = 필름마트는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는 장이다.

애초 4-6월에 열렸으나 제10회 대회인 2006년부터 영화제 기간에 맞춰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매매하는 엑스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제 기간과 맞물리면서 필름마트는 해마다 성장세다.

2006년에는 407개 업체에서 3천700여명이 참가했고, 2007년에는 이보다 46개 업체, 394명이 증가한 453개 업체에서 4천94명이 찾았다.

2008년에는 483개 업체에서 4천193명이, 작년에는 505개 업체에서 4천503명이 찾는 등 매년 참가 업체와 참가자 수가 증가 추세다.

홍콩무역발전국의 앨런 슈 차관은 "홍콩필름마트의 강점은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대중 장르를 소화하는 데 있다"며 "홍콩 정부는 최근 주목받는 3D를 포함해 다양한 장르에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윌프레드 왕 HKIFF 조직위원장은 "영화제 진흥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연동시키고 있고, 그것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리스 극장판', '무법자' 등을 팔러 필름마트를 찾은 김윤정 파인컷 해외팀장은 "홍콩필름마트의 강점은 영화뿐 아니라 음악, TV 등 아시아쪽 콘텐츠들을 원한다면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비수기'를 노린 필름마트 = 홍콩필름마트에 이처럼 많은 구매자가 몰리는 이유는 3-4월에 뚜렷한 영화 마켓이 없기 때문이다.

HKIFF는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와 5월 칸국제영화제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리는 홍콩필름마트(21-25일)에 대규모 부스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영화진흥위원회의(UFC) 마케팅 담당 스튜어트 크로닌 팀장은 "홍콩국제영화제는 베를린과 칸 영화제 사이에 있는 가장 큰 마켓인 데다 홍콩 정부도 호텔비 등 일부 보조금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3년 연속 영화제를 찾았다"고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아시아필름마켓'(AFM)에 참가할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시아 시장에서 이뤄지는 매매는 모두 홍콩에서 결정되기에 한국까지 갈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덧붙였다.

◇"국내도 마켓 키워야" = 영화제 자체만을 놓고 보면 HKIFF는 PIFF의 적수가 아니다.

HKIFF는 올해 기준으로 50여 개국 240여 편을 상영한 데 비해 PIFF는 작년 70개국 355편을 상영했다.

초청작 가운데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월드 프리미어와 자국 밖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도 HKIFF는 65편이지만 PIFF는 배가 넘는 144편이었다.

예산도 HKIFF가 62억에 불과하지만, PIFF는 100억원 정도다.

영화제 자체는 이처럼 부산이 홍콩을 압도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홍콩이 절대 우위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는 마켓인 아시안필름마켓(AFM)에는 작년 75개 업체가 참가하는 데 그쳤다.

홍콩필름마트의 7분의 1수준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마켓도 같이 커져야 한다.

홍콩은 필름마트를 영화제와 연동시킨 4-5년 전부터 점점 커지고 있다"며 "부산도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마켓을 선보일 것이다.

부산의 마켓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