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라디오 연설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과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김 추기경과의 인연과 관련,이 대통령은 1970년대 중반 울산 현대중공업에 근로자 병원을 설립하려 할 때 김 추기경을 직접 찾아가 천주교에서 병원 운영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던 일화를 소개했다.당시 김 추기경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하필 왜 우리에게 찾아와서 맡기려고 하느냐”고 물었다.이에 이 대통령은 “신부님과 수녀님이 맡아주시면 우리 근로자들이 더 빨리 나을 것 같다”고만 답했다는 후문이다.이 대통령이 당시 천주교에 병원 운영을 맡기려 했던 진짜 이유는 1960년대 초로 거슬로 올라간다.이 대통령은 기관지 확장증으로 논산 훈련소에서 퇴소 조치를 받았으면 이후 가톨릭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그런데 가난한 무료환자를 친철하게 간호해 준 수녀들 덕분에 병세가 호전됐다는 점 때문이었음을 30여년이 지난 뒤 김 추기경에게 털어놓았다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 나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친절하게만 해줘도 환자 병이 반은 낫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김 추기경의 선종 두 달 전 문병을 갔을 때 김 추기경이 “누워서 손님을 맞게 돼 미안하다”고 말해 송구스러웠다고 밝혔다.이 대통령은 김 추기경의 유품인 묵주를 현재 집무실에 보관하고 있으며 가끔 꺼내 보면서 김 추기경을 떠올린다고도 말했다.

법정 스님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늘 존경해 왔다”며 “특히 법정스님의 책 ‘무소유’가 좋아서 자주 읽었다.여름휴가와 해외 출장 갈 때 그분의 저서를 비행기 안에서 읽곤 했다”고 말했다.이 대통령은 법정 스님이 저술 활동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모두 다른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했던 점을 거론하며 “누가 누구를 돕는지를 모르게 도우셨다.당신이 준 것은 스스로 잊으셨고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베풂을 실천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두 분은 모두 맑고 향기로운 영혼으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고 세상을 따뜻하게 했다”며 “우리 모두의 스승이셨고 사랑과 무소유,나눔과 베풂이라는 참으로 귀한 가르침을 남기셨다”고 평가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