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중고서점서 평균 5만원에 거래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에 가져가지 않으려 한다"는 법정스님의 뜻과 달리, 법정스님의 책을 소유하려는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20일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따르면 11일 법정스님 입적 이후 19일 오후까지 '알라딘 중고샵'에서 법정스님의 책이 평소보다 훨씬 많은 298건이 거래됐다.

그 가운데 법정스님 대표작인 '무소유'가 중고샵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정도로 거래가 많이 성사됐으며, 11∼19일 평균 거래가는 새 책 정가인 8천원의 6.35배인 5만800원에 달했다.

특히, 19일 오후에는 최고가인 7만7천원에 '무소유'가 거래됐으며, 일부 판매자들은 최저 5만5천원에서 최고 15만4천800원에 책을 팔겠다고 나섰다.

이 책들은 서점 측이 중고책을 사들이고 나서 고객에게 되파는 방식이 아니라 회원들간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판매를 원하는 회원이 판매자 등록을 하고 책을 올리면, 사보고 싶은 회원이 이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무소유'가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법정스님이 이끌던 단체 맑고향기롭게가 출판사들에 절판을 당부하고, '무소유'를 낸 범우사 측이 스님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서점가에서 책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무소유' 거래 페이지에는 "스님께서는 버리라 하는데 사람들은 더 쥐려한다"(excey23)는 댓글을 달아 과열을 경계한 네티즌들과 "꼭 다시 팔아달라, 읽고 싶다"(bookssy)며 판매를 재촉한 네티즌들이 동시에 나타났다.

알라딘 관계자는 "중고샵 회원간 거래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자유롭게 이뤄지는 거래이므로 서점 측에서 가격을 조정하거나 제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점가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는 이미 법정스님의 책들이 점령한 상태다.

한국출판인회의가 12∼18일 전국 주요 서점 11곳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법정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가 정상을 차지했고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등 다른 책 7권이 20위 안에 들었다.

교보문고에서는 18일 오후 베스트셀러 순위를 소개하는 진열대에 전시된 법정스님의 책들마저 바로 팔려나가 진열대가 비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그런 가운데 자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점 체인 반디앤루니스는 "독자들이 책을 구하려 대형서점은 물론 중고책방까지 찾아다니고 웃돈을 제시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무소유' 정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며 일단 법정스님 49재가 끝날 때까지라도 전 지점에서 법정스님의 저서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맑고향기롭게가 17일 유언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님의 글을 읽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언제든지 스님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책 외에 다른 방식으로 스님의 글을 보여줄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변수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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