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전 일본인 컬렉터들을 사로잡았던 조선시대 회화 30여점이 국내에 돌아왔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 화랑(대표 우찬규)은 오는 10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500년만의 귀향-일본에서 돌아 온 조선 그림'전을 연다. 전시 작품들은 우 대표가 지난 10년동안 일본 화랑가 등에서 사들인 것들.

우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일본에서 수집한 고미술품 500여점 가운데 회화작품 30여점을 공개한다"며 "이 중 한국 고서화 컬렉션으로 유명한 일본 이리애(幽玄齋)의 소장품뿐만아니라 뉴욕 크리스티, 서울옥션경매에서 낙찰받은 작품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일본 상류층에서 사들이고,상업화랑에서 유통돼 오던 작품들"이라며 "일본인들은 무속적인 작품이나 고사도(중국 문인을 소재로한 산수화), 동물 그림(맹호 · 준마 · 영모)을 좋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는 조선 후기의 선비 화가 윤두서(1668~1715년)의 '견마도'(牽馬圖)를 비롯해 이인문(1745~1821년)의 '어촌추색도'(漁村秋色圖),김유근(1785~1840년)의 '소림단학도', 표암 강세황(1712~1791년)의 '산수도' 등 수작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혼이 깃들어 있는 듯한 열정적 필선과 필력으로 예술적인 미감을 생생하게 뿜어낸다.

특히 이인문(1745~1821년)의 가을 풍경 '어촌추색도'와 겨울 풍경 '심매도'(尋梅圖)는 그의 대표작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비슷한 작품이고, 김유근(1785~1840)의 '소림단학도'는 일본 소장가의 소장 내력이 상세히 적혀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1833년 일본 소장가가 족자를 꾸며 보관한 달천(達川)의 16~17세기 '풍림정거도'(風林停車圖) 역시 단아한 산세 사이로 수레를 타고 가는 장면 등 묘사가 조선 중기 화풍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달천은 조선 중기 문인 윤선각(1543~1611년)의 호이지만 그림에는 이름이 없어 작자는 불분명하다.

동물화 가운데는 호랑이와 까치의 사실성과 함께 뒤로 떨어지는 폭포를 마치 도끼로 찍은 듯한 부벽준 화법으로 능수능란하게 처리한 '까치 호랑이'와 '매사냥'(鷹獵圖),'방목도'(放牧圖) 등이 눈길을 끈다. 세 작품 모두 작자 미상.

이 밖에 조선 말기 석연 양기훈(1843~?),심전 안중식(1861~1919)의 영모화도 현대적 화법을 준용한 것처럼 극사실적이고 세련됐다.

이번전시를 기획한 미술사가인 이태호 명지대 교수는 "18세기 이전 일본 문화 속에서 잔잔히 흘렀던 조선의 미학을 엿볼 수 있는 뜻깊은 전시"라고 말했다. (02)720-152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