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1등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성공은 더 이상 욕망이 아니다. 생존이다. 그래서 그것을 향한 현대인의 몸짓은 절박하고 치열하다. 조직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다. 일 잘하고, 살아남아서, 최고의 자리로 이르게 해준다는 지침서가 넘쳐나는 이유다. 네트워크 활용의 극대화에 대한 강조는 밑줄 그어가며 짚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넷 브레이킹》(한경BP)의 저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주역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먼저 그 네트워크를 뒤흔들어댈 것을 주문한다. 자신이 속한 단단한 그물망을 찢고 새로운 상상 네트워크를 스스로 구축하라는 것이다.

용기 백배는커녕 독자를 도리어 주눅들게 할 무시무시한 제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20세기 초 자동전화교환기 개발을 회사에 건의해 AT&T를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로 끌어올린 젊은 직원, 회사의 반대에도 수년간에 걸친 외로운 연구 끝에 세계 최초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를 개발한 후지쓰의 연구원 시노다 쓰타에 등 다양한 분야의 ‘넷 브레이커’ 일화들은 한 개인의 가슴 떨리는 도전이 어떻게 타인의 삶, 더 나아가 사회전반의 변화와 발전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빤하게 순환하는 일상의 견고함과, 그렇다고 절대로 질서정연하게 다가오지 않는 미래 사이의 불균형을 도리어 창의적 사고의 자양분으로 삼은 이들의 스토리다.

그런 개인과 조직간의 상호작용적인 소통방식에 대한 설명은 더욱 흥미롭다. 조직 구성원의 창조적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실행하는 방식과 그것을 새로운 네트워크의 시너지로 연결시켜 혁신으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기업의 실제 사례들로 보여준다. 요즘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마케팅부문 영입 1순위로 꼽는 프록터앤갬블(P&G)의 파워는 1931년, 한 장을 넘겨서는 안 되는 사내금기를 깨고 무려(?) 석 장짜리 보고서를 올린 신입사원의 아이디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여 미 전역에서 확고한 브랜드파워를 확립한 바로 그 시점에서 출발했다.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기자로 활동한 17년여의 경험으로 저자는 그런 예들을 꼽아가며 개인과 기업의 실행능력과 차별적 역량 키우는 방법, 창의성과 인재에 대한 정의, 기업들마다 부르짖는 ‘창조’와 ‘혁신’의 차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가 사례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개인과 기업들이 모두 세상이 기억해주는 1등은 아니었다라는 점 또한 짜릿하다. 국내 밥솥 시장 70% 점유로 삼성, LG를 이긴 쿠쿠, 30년 전만 해도 일본의 도시바나 미쓰비시로부터 저급 기술을 전수 받아가며 근근히 명맥을 유지하다 일본 기업들을 따라잡아 일약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1960년대까지 큰 배를 만들어본 경험조차 없던 한국의 조선업이 세계최고가 되는 과정들은 작은 조직이 어떻게 큰 조직을 이기는지,변방의 것들이 그물망의 불균형 사이를 누비면서 나아가 거대한 중심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들려준다.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할지는 몰라도 ‘성공’이라는 자리는 1등 아닌 자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끈기의 실험무대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개인은 티끌처럼 보이는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숨쉬는 생각과 상상력, 의지와 열정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건설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한다. 기존 네트워크에 함몰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기회와 위기, 변화와 도전이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넷 브레이킹의 주체로 살아가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한 공식에서 출발함을 다짐시킨다. 나부터, 작은 것부터, 지금부터라는 것이다.

/조일훈 지음/한경BP/286쪽/1만3000원



뉴스팀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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