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미래가 없다. "(1897년 발명왕 에디슨) "내 생각에는 전 세계적으로 5대의 컴퓨터만이 필요하다. "(1943년 토머스 왓슨 IBM 사장) "메모리 640kb면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용량이다. "(1981년 빌 게이츠) "'원초적 본능'이라고요,너무 난잡해서 인기가 없을 것 같아요. "(1992년 영화 출연 제의를 거절한 킴 베이신저)

한때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인물들의 미래 예측이 대개 이런 수준이었다. 하물며 범인들은 어떠하겠는가.

《넷 브레이킹》은 종잡을 수 없는 미래의 변화와 복잡다단한 세상,그 속에서 살아가야 할 개인들의 역동적인 자세를 다루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기자인 저자는 17년여의 조직 생활과 취재 활동을 통해 축적한 지식과 감성을 통해 무수한 개인들의 링크로 얽힌 네트워크의 흐름과 특징을 설명한다.

네트워크는 개인의 의지와 욕망을 옥죄는 그물이기도 하지만 늘 새로운 변화를 잉태하고 있는 가변의 공간이기도 하다. 사회적인 큰 변화나 경제위기 같은 것들은 바로 네트워크 속의 균형이 무너질 때 생기는 것이며 새로운 질서 역시 네트워크가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도래한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그물 파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넷 브레이킹은 세상의 단단한 그물망을 찢어낼 때만이 변화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저자는 "빛의 속도에 비견될 정도로 세상의 변화가 예측 불가능한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는 앞날을 두려워하고 때로는 절망한다"면서도 "하지만 기회와 위기,변화와 도전이 공존하는 세상을 읽어내면 어떤 두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실례로 아이팟과 아이폰을 앞세워 노키아 삼성전자 등이 구축해놓은 하드웨어 일색의 네트워크를 간단히 부숴버린 애플의 스티브 잡스,20세기 초 자동전화교환기 개발을 회사에 건의해 AT&T를 일약 세계 최고의 통신회사로 끌어올린 젊은 통계학자,엄격한 신분제의 제약을 딛고 조선 최고의 과학자가 된 장영실,세계 최초로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를 개발한 후지쓰의 연구원 시노다 쓰타에,평생을 연금술 연구에 매달리다가 어느 순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인문계 출신으로 거대기업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에 오른 최지성 사장 등을 대표적인 '넷 브레이커'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갔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더 나아가 사회 전반의 변화와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넷 브레이킹은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출발점으로 한다. 저자는 그래서 "개인은 우주 속의 티끌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각과 상상력,의지와 열정으로 새로운 네트워크를 건설할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기존 네트워크에 함몰돼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것을 권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찾아낸다. 그게 인간 세상사의 경험이자 교훈이다. 넷 브레이킹의 주체로 살아가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한 공식에서 출발한다. 나부터,작은 것부터,지금부터."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