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이 시대의 사람들은 지동설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과연 적벽대전이 일어난 곳은 어디일까요? 마르코 폴로는 실제로 동방 땅을 밟았을까요? 역사 속의 질문은 언제나 호기심을 유발합니다. 과학 저술가 이종호씨의 《세계를 속인 거짓말-문명과 전쟁편》(뜨인돌 펴냄)을 보면 역사책에 길이 남은 거짓말이 생각보다 훨씬 많군요.

갈릴레이 얘기부터 보죠.그는 이단심판에 회부돼 심한 박해를 받고 자신의 발견을 누설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서약서에 서명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그 시대 사람들도 지구가 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다만 교황청에서는 지구가 돈다는 과학적인 증거를 갈릴레이에게 요청했고 갈릴레이가 그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에 심판을 받은 것인데,갈릴레이야말로 그 유명세만큼이나 많은 '전설'의 주인공이 된 셈이죠.

적벽대전의 경우,조조와 손권 · 유비 연합군이 격돌하기에 적벽은 너무 비좁고 조조 수군과 육군 모두 오림에 주둔했으며 화공을 받은 조조의 선박들이 불탈 때 육군 진영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다는 기록으로 볼 때 대전은 적벽이 아니라 오림에서 일어났다는 겁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도 과장과 상상으로 가득하다는군요. 우선 책에 거론된 지명 60여 곳 가운데 중국 지명은 단 세 곳뿐이라는 겁니다. 만리장성이나 젓가락 등 중국 생활상에 대한 설명이 없고 쿠빌라이 칸에 대한 묘사가 다른 기록들과 어긋나며 외국인 기록이 많은 원나라 공식서에도 마르코 폴로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사상 최대의 거짓말 전쟁이었다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연합군이 교묘하게 상륙지점을 속여 승리한 전투였죠.이 작전엔 숨은 공로자가 있었는데 독일의 모든 문서 암호를 풀어낸 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라고 합니다. 하지만 영국은 아직까지 그 존재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는군요.

이 같은 거짓의 이면에는 역사가 승리자들의 입장에서 기록된다는 점,사람들에겐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속성이 있다는 점,언론 매체의 조작 등의 이유가 배어있다고 합니다. 역사의 이면은 또 다른 이면으로 이어진다는 걸 새삼 돌아보게 됩니다.

고두현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