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교적 정확히 기상예보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기상청이 최근 또다시 오보 시비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하늘이 하는 일을 어떻게 다 알겠느냐'는 게 기상청의 볼멘소리지만 '슈퍼컴퓨터까지 사달라고 해서 사줬는데 무슨 핑계냐'는 납세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어디까지가 '오보'였나?

최근 잇따른 오보 논란은 지난달 27일 예보부터 불거졌다. 이날 눈은 기상청의 1㎝ 예측과 달리 2.6㎝나 내렸다. 이틀 뒤인 29일 기상청은 정반대의 예보를 했다. 최고 10㎝까지 눈이 내리겠다고 했으나 실제 내린 눈은 0.6㎝에 그쳤다. 사실상 눈이 안 온 셈이었다. 드디어 지난 4일 기상청은 초대형 오보를 냈다. 많은 곳은 10㎝ 이상이라고 예보하긴 했으나 이날 서울에는 관측 이래 사상 최대인 25.8㎝의 눈폭탄이 쏟아졌다. 기상학적으로 '10㎝ 이상'은 '눈이 굉장히 많이 온다'는 의미이긴 하지만 실제 적설량의 절반에도 못 미친 오보였다는 지적이다. 결국 크고 작은 3건의 '오보의 연속'에 기상청은 '비난폭탄'을 면치 못했다.

기상청은 비의 양보다 눈의 양을 예측하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비 1㎜는 눈 1㎝로 간주하지만 습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적설량 편차가 커진다는 것.적은 눈보다 폭설 예측이 더 어렵다는 설명이다. 폭설예측력은 수십년 전과 비교해 기술적으로 나아진 게 없다는 것이 기상청의 얘기다. 기상청은 "한반도 기상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서해상공의 조건을 관측할 수 있는 관측시스템이 없는 게 최대 약점"이라고 했다.

기상청을 오보의 늪으로 몰아넣은 기상학적 원인은 북극 찬공기의 이상확장 때문이다. 예년과 달리 올해의 경우 북극의 찬 공기덩어리가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응집력을 잃고 퍼지면서 한반도로 남하하고 있다. 북극 지역 기온은 보통 영하 30도 이하속에서 뭉쳐있지만 최근 평년보다 10도 이상 기온이 올라간 것으로 관측됐다. 이럴 경우 한기를 둘러싸고 회전하는 제트기류도 약화돼 찬공기를 막는 방어막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
일각에서는 지구촌 한파는 지구가 일시적으로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일으킨 자활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은 온난화를 막는 지구의 평형유지 장치 중 하나"라며 "지표면이 눈에 덮이면 햇빛을 반사하는 비율이 높아져 대지가 흡수하는 태양에너지가 줄어 낮에도 지표 근처의 공기가 더워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예보 · 방재시스템

이번 폭설과 같은 특이기상에 대처하는 한국의 능력은 평균 이하라는 지적이다. 서해 상공을 관측할 시스템이 없고 대국민 전달시스템도 늦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인 고위공무원으로 영입한 기상청 케니스 크로포드 기상선진화추진단장은 "미국은 예보관이 기상특보를 결정하고 시민에게 전달하는 데 30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한국은 5~10분 걸린다"고 지적했다. 크로포드 단장은 "기상청이 운영하고 있는 10개와 다른 16개 기관의 레이더 통합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레이더 통합은 예보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슈퍼컴3호기가 도입돼 가동되면 예보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기상 레이더운영센터 설치 등을 담은 '기상선진화 10대 우선 과제'를 본격 추진하면 오보율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