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23~26m 강풍에 곤돌라 운행 못하고 눈도 날라가

강원지역 스키장들이 본격적인 시즌과 함께 연일 몰아치는 강한 바람에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31일 태백 오투리조트와 정선 하이원리조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스키장에 강한 바람이 불어 곤돌라 운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투리조트의 스키장은 30일에 이어 2일째 곤돌라가 멈춰 서 있으며 하이원리조트는 30일 오후 6시 바람이 잦아지면서 곤돌라 운행을 재개했으나 이날은 오전부터 운행을 멈췄다.

현재 이들 스키장에는 초속 23∼26m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처럼 강풍이 스키장에 치명적인 것은 스키장의 입지여건과 우리나라 겨울철 기후의 특징 때문.
겨울이 길어야 하는 스키장들은 슬로프를 북향 또는 북동향에 건설하고 가장 높은 지역(탑)을 남쪽 언덕에 만든다.

하지만, 이같은 슬로프의 위치는 탑이 만드는 음지 덕분에 양지보다 눈이 늦게 녹는 장점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 겨울바람인 북서풍은 곤돌라와 리프트 운행에 치명적이다.

북서풍은 북향 슬로프를 따라 설치된 곤돌라와 리프트에게는 옆면을 강타하는 위험한 옆바람이다.

곤돌라는 옆바람을 맞으면 좌우로 흔들리는 롤링 현상이 발생하면서 탑승자에게는 어지럼증을 줄 뿐만 아니라 최악에는 타워에 충돌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스키장들은 초속 15m가 넘는 바람이 불면 곤돌라 운행을 정지한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영업중지'이지만 환불요구 등 고객들의 거친 항의도 감수해야 한다.

이같은 '강풍 피해'는 상대적으로 표고가 높은 스키장일수록 크다.

지난 30일 오전 해발 700m에 있는 태백시내에는 초속 4∼5m의 '순풍(?)'이 불었지만, 해발 1천420m 오투스키장 정상은 초속 32m의 '태풍'이 몰아쳤다.

백두대간 8부 능선에서 북서풍을 그대로 맞는 오투리조트 스키장은 이달 1일 개장 이후 거의 4일에 한 번 꼴로 곤돌라 운행을 하지 못했다.

슬로프를 할퀴고 지나가는 강한 북서풍은 제설작업을 어렵게 하고 설질에도 악영향을 주는 '공공의 적'이다.

밤을 새워 눈을 만들어도 스키어들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눈이 강풍에 날려가버려 슬로프에 쌓이는 양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싫기는 스키어들도 마찬가지다.

리프트에 앉아 체감온도를 뚝뚝 떨어뜨리는 칼바람을 5∼10분 견뎌야 하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고 눈보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슬로프를 활강하는 것은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모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서풍이 불어야 기온이 떨어져서 눈도 만들고 스키어들의 발길도 이어지기때문에 미워만 할 수도 없다고.
오투리조트 윤종수 영업본부장은 "북쪽의 찬 대륙성 고기압 영향으로 북서풍이 불어야 겨울다운 날씨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밉지만 미워만 할 수 없는 것이 북서풍"이라고 말했다.

(태백.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