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신드롬…팬덤 바람…미실…탄탄한 스토리는 通했다
올해 영화 '해운대'는 국민 4명 중 1명을 극장으로 불러들였으며,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판매량 120만부를 넘어섰다. 연예스타들은 출판시장과 뮤지컬 무대에서도 '대박'행진을 이어갔다.

2009년 문화예술계의 트렌드는 '스토리가 탄탄하면 통하고,검증된 스타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키워드로 올 문화예술계의 흐름을 짚어봤다.

◆100만…1000만…기록 행진

올해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거둔 문화콘텐츠는 단연 영화 '해운대'다.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톱스타 설경구 · 하지원이 주연한 '해운대'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이후 3년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1139만명이 관람했으며 '괴물''왕의 남자''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역대 4위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정교한 CG(컴퓨터그래픽)가 흥행몰이의 일등공신이었다. 독립영화 '워낭소리'도 3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외에도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 등 한국 영화가 줄줄이 선전하며 올해 박스오피스 10위 중 7자리를 국내 영화가 휩쓸었다.

지난해 출간 직후부터 '엄마 신드롬'을 일으킨 신경숙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창비)는 120만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동안 문학서 중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도서는 여럿 있었지만 《엄마를 부탁해》처럼 10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등 짧은 기간 내에 밀리언셀러 기록을 달성한 경우는 드물었다. 이 작품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고마움,그리움을 일깨우며 올해 내내 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올해 최고의 드라마 화제작은 '선덕여왕'이었다. '선덕여왕'의 인기 견인차는 바로 주인공 선덕여왕과 대립하는 미실(고현정 분).카리스마 있고 매력적인 신라의 요부 미실은 안방의 여왕으로 자리잡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스타평천하

연예인들은 올해 출판계와 공연계까지 입지를 넓혔다. 특히 이들이 필자로 참여한 책들이 출판시장에서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는 '팬덤 바람'까지 일어났다. 특정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이 팬덤이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쌤앤파커스)는 불황에도 5개월 만에 40만부를 넘겼으며,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달),방송인 현영의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청림출판) 등이 주목받았다.

올해 뮤지컬 무대도 스타들이 점령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에는 여성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의 제시카 및 방송인 이하늬,김지우씨가 캐스팅됐다. '헤드윅'에는 가수 윤도현씨.'헤어스프레이'에는 방송인 박경림씨가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다.

◆왈가왈부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소설가 황석영씨의 발언은 사회적 논란으로 비화됐다. 황씨는 "이 대통령은 중도"라고 평하며 "큰 틀에서 (현 정부에) 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진보적 지식인으로 평가받아왔던 황씨의 발언에 대해 진보진영이 발끈하면서 변절 논란이 일어났다.

배우 장자연씨가 자살하면서 남긴 문건에도 엄청난 관심이 쏠렸다. 생전 기획사 측에 술자리 접대와 성상납 강요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목숨을 끊은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짐승돌'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사랑받았던 남성 아이돌그룹 2PM 리더 재범의 탈퇴도 큰 관심거리였다. 데뷔 전 인터넷에 한국과 한국인을 비하하는 글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됐고,결국 재범이 논란 4일 만에 팀을 탈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루저? 이런 된장! 빵꾸똥꾸!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아역 해리가 외치는 '빵꾸똥꾸'란 말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말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권고 조치를 받고,서태지 등 연예인들이 인용하며 더 화제를 모았다. SBS 드라마 '스타일'에서 박기자(김혜수)가 말끝마다 달고 살았던 "엣지있게~"도 널리 활용됐던 올해의 유행어.

외모의 특성을 지칭하는 유행어가 예전의 'S라인'처럼 완곡한 표현에서 올해에는 여성의 탄탄하고 섹시한 허벅지를 일컫는 '꿀벅지'와 구릿빛 피부에 자리잡은 복근을 묘사하는 '초콜릿 복근' 등 좀더 구체적으로 바뀐 것도 특징.'누님'들에게 섹스어필하는 인기 남성 아이돌그룹 2PM은 '짐승'과 '아이돌'의 합성어 '짐승돌'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 중 남성들을 발칵 뒤집어놨던 말은 '루저'다. KBS 2TV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한 한 여대생이 던진 "키 180㎝ 이하 남자는 모두 루저"란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성차와 남성의 애환을 다룬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반영한 말과 말투도 유행어로 떠올랐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남보원(남성인권보장위원회)'은 "니(여자) 생일엔 명품가방 내(남자) 생일엔 십자수냐" 등 남성들이 체면상 고이고이 숨겨두고 있었던 울분을 대신 터뜨려주는 듯한 어록을 다량 생산했다. 남녀차이를 콕 집어내 보여주는 케이블채널 tvN의 '롤러코스터-남녀탐구생활'에서 내레이션을 맡은 성우 서혜정씨의 "~해요. ~해요"란 억양없는 말투와 "이런 된장" 등도 인기 유행어가 됐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