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미술동네 '잔치'는 계속된다. 새해 미술시장 지형은 그동안의 외국인과 젊은 작가 중심에서 벗어나 중진 · 원로 · 작고 작가들의 작품전 위주로 재편될 전망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컬렉터들이 '몸'을 풀고 있는 데다 이들의 작품값이 어느 정도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요 화랑들도 이들의 작품을 내건 다양한 기획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꿈틀대는 시장 '스타워즈' 예고=내년에 전시회를 여는 작가는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장욱진 김환기 이우환 서세욱 김창열 김종학 이왈종 김원숙 강익중 황주리 임옥상 이석주 사석원 함섭 이수동 전준엽씨 등 200여명에 이른다. 갤러리 현대 등 메이저 화랑들의 기획전에도 컬렉터들을 흥분시킬 만한 작품이 대거 등장한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의 참신한 신작은 많지 않다. 일부 작가들의 작품 가격이 '고가'인데다 실험성이 너무 강해 투자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에서 주요 화랑들이 전시회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내년에는 미술 시장이 '횡보세'에서 벗어나 다소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작품값이 조정을 받은 중견 · 원로 작가들의 작품을 컬렉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작가 마케팅=메이저 화랑인 갤러리 현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중견 · 원로 · 작고 작가 중심의 선별적인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첫전시로는 1월 초부터 두 달간 '한국 현대미술 중심에서'전을 연다. 작고 작가 김환기 도상봉 장욱진 임직순 남관을 비롯해 원로 · 중견 작가 이우환 고영훈 오치균 등 68명의 회화 작품 140여점을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4월에는 박수근 서거 45주년 기념전을 열고 관람객 10만명을 목표로 미공개 수작 등 45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 상반기에는 강익중 김원숙 황주리,하반기에는 서세옥 김창열 김종학 장욱진 전을 준비 중이다. 저평가된 인기 작가 발굴에 적극적인 가나아트갤러리는 4월 중순 사석원씨의 개인전,10월에 임옥상씨의 작품전을 열 계획이다.

선화랑도 그림 시장이 예년보다는 다소 활기를 띨 것이란 판단에 따라 3월에 권옥연 이숙자 김형근 김병종 황주리 등 중견 · 원로 작가 330명이 참여하는 '선화랑 33주년 기념 스타 작가 330인'전을 기획했다. 또 극사실주의 중견 작가 이석주씨(6월)를 비롯해 김명숙(5월),김영재(11월) 등의 개인전으로 시장 상황을 점검해볼 예정이다.

노화랑 역시 신진 작가보다는 인기 작가들의 기획전에 역점을 두고 전시 계획을 짜고 있다. 3월에 이왈종씨의 개인전,5월에 '명품 컬렉션-작은 그림 큰 마음'전,9월에 '김환기-이우환의 동행'전을 차례로 열 예정이다.

국제갤러리는 내년에 해외 인기 작가들의 작품에 매기가 붙을 것으로 보고 루이스 부르주아 드로잉전(3월),움직이는 조각의 거장 알렉산더 칼더 작품전(4월)으로 승부를 걸 방침이다. 이 밖에 아트싸이드는 9월에 사옥을 지금의 관훈동에서 통의동으로 옮기면서 한국 중국 일본 작가 6명이 참여하는 재개관전과 유근택씨의 개인전을 열고,카이스갤러리는 30대 스타작가 최소영씨의 개인전을 갖는다. 표화랑은 원로화가 김흥수씨 개인전,박영덕 화랑은 함섭씨의 개인전을 각각 준비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