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술계는 '여인천하'와 '미술 한류'로 요약할 수 있다. 미술 시장이 '횡보세'를 보이는 가운데 젊은 큐레이터들이 국내 작가들을 글로벌 시장에서 프로모션하며 사랑받았다. 또 김수자,정연두,구정아씨 등 30~50대 쟁쟁한 미디어 영상 · 설치 작가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미술 기획의 전도자'인 큐레이터들이 올 한 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맹활약하며 한국의 위상을 빛냈다. 중국 유럽 등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이원일씨는 지난 5월 제4회 체코 프라하비엔날레 감독으로 발탁돼 '전시기획 수출전사'로 주목받았다.

미국 뉴욕의 교육 및 공공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큐레이터 주은지씨는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 축제인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총괄했고,김정화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독일 하노버산업박람회 한국 문화행사 총감독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국내 30~50대의 미디어 영상 및 설치 작가들의 해외시장 진출도 돋보였다. 김수자,구정아,김홍석,김범,박이소,박주연,서도호,임민욱,장영혜중공업,전준호,최정화씨 등 12명이 참여하는 그룹전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과 휴트턴 미술관에서 열려 '백남준의 후예'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설치 작가 양혜규씨와 구정아씨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해 실력을 과시했고,정연두씨는 지난달 뉴욕의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극장에서 신작 사진 영상물 '시네 매지션'을 발표해 세계 미술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밖에 작년 중국 본토에서 '조각 한류' 바람을 일으킨 김선구씨는 마카오미술관 작품전을 열어 주각한류를 선도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미술계 인사들의 상복도 터졌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탁월한 기획력과 미술 문화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유공자 포상자로 선정돼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원로 추상화가 하종현씨와 이한우씨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은관 문화훈장을,김창실 선화랑 대표와 '소나무 사진 작가' 배병우씨는 옥관문화훈장을 받아 미술 발전의 숨은 공로를 인정받았다. 연초에는 대우전자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정통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씨가 차관 아래 실장급인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직에 발탁돼 큰 화제를 모았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