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교회인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처음으로 내년 교회 살림을 적자 예산으로 편성했다. 내년 1월1일부터 교세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서울 · 수도권의 21개 지교회가 독립하면서 신자 수가 78만여명에서 43만여명으로 대폭 줄기 때문이다.

독립된 교회들은 신자 수 1만~2만명 규모로 각기 당회와 운영위원회,장로회 등의 조직을 구성해 인사 · 재정 · 행정권을 행사한다. 다만 선교 및 복지사업은 '순복음'이라는 우산 아래 협력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교회별로 예산의 80%는 자체적으로 편성 · 집행하고 나머지 20%는 재단법인 순복음선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추진하는 해외 선교 및 교회개척,NGO 굿피플과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의 국내외 구호활동,호스피스 활동,농어촌 미자립교회 돕기 등의 공동목적사업을 위해 출연하게 된다.

교회 규모가 줄면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예산과 조직도 대폭 축소됐다. 올해 1800억원가량이던 예산은 지교회 독립에 따라 1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됐고,160억원 정도의 적자예산으로 편성됐다. 630여명의 목사 중 260명은 지교회로 배치됐고,장로도 1500여명 가운데 절반만 남게 된다. 교회조직은 30개 팀에서 12개 팀으로 통폐합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55)는 "이렇게 많은 교회가 한꺼번에 독립하는 것은 교회 역사상 처음"이라며 "사회적 관심과 비판의 대상인 대형 교회가 지역사회를 보다 잘 섬기는 계기와 이정표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구조조정을 통해 날씬해졌지만 지역사회와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일은 더욱 늘리겠다는 것.교회가 급성장하는 과도기에는 개인 구원 중심이었으나 이제는 교회가 성숙한 만큼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 구원을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목사는 "해남 땅끝마을의 그룹홈에 버려진 아이들이 가득하고 서울 은평구의 고아원생이 1800명이나 되는 걸 보고 충격 받았다"며 "방치 상태에 있는 소외계층을 교회가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또 심각한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부터 교회가 출산 장려금도 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요청으로 2007년부터 평양 도심에 짓고 있는 조용기심장전문병원도 내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