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내 영혼이 쏠리는 대상이다. 좀체 웃지 않지만 큰 이빨을 드러내면서 웃을 때는 아귀다툼하며 아웅다웅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 해학을 던지는 것처럼 보인다. 소의 웃음은 또 열심히 땀 흘리고 일한 뒤의 희열이기도 하다. '버릴 것이라곤 하품밖에 없다'는 소를 보면서 배워야 할 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그중에서도 나는 '소의 웃음'을 닮고 싶다. "

박영배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칼럼집 《소(牛)소(笑)》에 나오는 대목이다. 30년 동안 신문사에서 '활자밥'을 먹은 저자의 글맛이 깊고 그윽하다. 그가 쓴 900여편의 칼럼 중 '소소하지만 정감 있고 훈훈한 삶이 담긴 글'만 골라 묶은 것.

그는 기자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 현상을 비추면서도 우리 삶의 따뜻한 면을 아우르고 자연과 아름다운 지구를 더듬기도 한다. '개미 콤플렉스'에서 여유와 희망을 이야기하고,'인간이 지구의 피부병이다'에서는 자연과 함께 건강하게 사는 방법을 생각한다. '정이 없으면 혼도 없다'에서 함께 사는 지혜,'나는 너의 추임새!'에서 우리 문화 속의 재미와 추억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