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인사들은 수십 년간 '반전반핵(反戰反核)'을 소리 높여 외쳤다. 메시지가 분명한 데다 따라하기 쉽고,평화를 사랑하며 정치적 편향성이 없는 듯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이만한 구호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 말을 하는 사람이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 반미(反美) 투쟁을 벌인다던 이들이 정작 자기 자식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펀드매니저 같은 고소득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들 좌파는 그럴듯한 대의명분을 앞세우고 개인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며 살아왔다.

《억지와 위선》은 '대한민국 허물기'에 매진하던 좌파들의 비겁함에 오금을 박는 책이다. 명백한 증거를 토대로 좌파인사들의 '억지와 위선'에 칼을 들이대는 외에 이 책의 장점이 하나 더 있다. 독자들에게 좌파 인사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들이 적시하는 좌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시장친화적 경제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좌파들에게 사회적 이슈,예컨대 인권문제란 불멸의 비즈니스이자 밥벌이 수단이다. 따라서 대의니 명분이니 하는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남이야 고문을 당하건 말건,철사줄에 코를 꿰어 맨발로 본국으로 송환되건 말건,초등학교 담임교사가 1,2학년짜리 학생들을 인솔해서 공개 사형 광경을 강제로 참관시키건 말건,관심이 없다. 좌파단체들이 '진짜로' 분노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때 그들은 어김없이 반발한다. 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자라는 특혜를 더 이상 누릴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둘째,'탁월한 선택적 선별력'을 자랑하는 단체.대한민국의 가장 나쁜 점과 북한의 가장 좋은 점을 골라내 이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능력에 관한 한 이들보다 뛰어난 사람은 없다.

셋째,'냉철한 현실 인식과 정교한 계산'으로 평생을 경영하며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는 사람들.대한민국 내의 사소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 신문,방송에도 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도 만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인권문제는 기대이익이 전무하다. 북한에 대고 아무리 소리쳐 봐야 돈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데 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문제를 제기해야 하나. 돈이 흘러갈 길을 포착하고 이를 포획하는 데는 우리나라의 몇몇 상업주의 시민단체만큼 전문성을 갖춘 곳이 없다.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얼마 전에 간행된 《친일인명사전》의 대척점이다. 《친일인명사전》은 죽어서 반론을 펼칠 수 없는 사람들을 자의적 기준에 따라 난도질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억지와 위선》은 비겁하지 않다. '살아 있는 자들'을 향해 정정당당하고 공개적으로 던지는 질문지이기 때문이다.

'생각은 좌파처럼 하고 생활은 우파처럼' 하며,'정의(正義)의 생산 · 유통 · 판매'를 독점하고 정권의 비호를 받아가며 독과점 혜택을 누리던 좌파 인사들의 좋은 시절도 이제는 거의 다 끝났나 보다.

장원재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