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방송 콘텐츠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콘텐츠유통거래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세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임연구원은 1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방송콘텐츠 산업 활성화 방안' 세미나에서 "방송의 외주제도가 도입된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외주제작사는 외화내빈의 상황에 처해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지상파 방송이 하청형 외주제작 시스템을 앞세워 방송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 제작사의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의 불공정 거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독립 제작사가 기획 · 제작 · 유통 · 판매를 아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유통거래법'은 공정거래법의 일반 경쟁 규제와 달리 콘텐츠만을 특수 영역으로 규제하는 법으로 지식재산권 보호,외주제작 인정기준,대금지급 지연 금지,콘텐츠 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으로 구성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 프랑스처럼 방송사의 전년 매출 중 일정 비율을 외주제작에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제작비 쿼터제 도입과 외주제작사 간접광고 영업 허용 및 금융지원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정윤경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주제발표에서 지상파의 독과점적 구조는 제작사를 피폐하게 만들고 케이블 채널 등 뉴미디어와 콘텐츠 유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지상파 계열 케이블 채널사용사업자(PP)의 매출액이 전체 채널사용사업자 매출액의 15%이지만 순수익 면에서는 약 75%를 점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콘텐츠 제작 · 유통의 심각한 불균형을 바로잡으려면 경쟁력있는 독립 제작사를 육성해야 하며,이것이 지상파의 독과점 체제를 깨고 글로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10년은 지상파 방송에 준한 신규 플랫폼 창출로 방송 콘텐츠의 원년이 될 수도 있지만,신규 종편 채널이 자체 콘텐츠 제작 전략을 포기한다면 지상파 콘텐츠의 재유통 창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방송시장 개방 확대와 디지털 전환,콘텐츠 융합 등 환경 변화를 지목하면서 "콘텐츠 육성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세미나는 종편 도입 등 미디어 환경 변화를 계기로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문화부는 이번 세미나에서 제기된 의견 등을 수렴해 내년 초 방송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디지털 환경의 도래로 콘텐츠의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보편화되고 가치 창출이 과거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이동하면서 영국 일본 중국 등 각국이 콘텐츠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세미나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