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15일부터 내년 1월16일까지 35번째 개인전을 갖는 중견 인기작가 김재학씨(58).들꽃과 장미꽃 그림으로 유명한 그가 이번 개인전에서는 소나무,감,포도,사과를 그린 정물화 20여점을 내놨다. 김씨가 꽃이 아닌 일상의 사물을 주제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나무를 비롯해 사과,감,포도는 우리에게 친숙하면서 가장 오래된 미술 소재이기도 하다. 친숙하다는 얘기는 작가 입장에서 볼 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누구나 그릴 수 있고 누구나 평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 그림은 장미나 들꽃 그림보다 그리기가 힘들더군요. 사물을 집중해 그려야 하는 데다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

실제 그의 작품은 한 편의 서정시를 읽는 것 같은 감흥을 안겨준다. 대상과 청량한 '빛'이 빚어내는 색채의 변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소나무 등 대상을 부각시키기 위해 배경 화면을 추상적으로 단순 처리한 것도 그만의 특징.그래서 그의 작품은 강렬하지 않으면서도 담백하고 경쾌하게 다가온다.

김씨는 단순히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려 한다. 일반 미술애호가보다는 '화가들이 칭찬하는 작가'로 통할 정도로 다른 구상작가들과 남다른 점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씨는 "캔버스 앞에서 독재자의 모습으로 색감과 분위기를 장악할 때 마음에 드는 작품이 탄생한다"며 "그 어떤 존재와도 교감이 가능한 '품위의 미학'을 창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씨는 구상화단에서 탁월한 감각의 데생 솜씨로 잘 알려진 작가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서식하는 야생화의 생기와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한번도 없다. 독학으로 미술을 배워 30여년간 생계를 위해 미술학원 강사로 활동하면서 혼자 힘으로 기량을 쌓았다. 1976년 군에서 제대한 후 서양화가 구자승씨가 운영하는 미술학원에서 강사를 하면서 그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의 뛰어난 데생력을 갖추는 데는 스스로의 노력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림이라는 게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작가로서 겪는 고비를 넘는 것은 전적으로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02)549-3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