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션을 대표하는 '캘빈클라인'이 10일 서울 대치동 전시관 '크링'에서 국내에선 최초로 2010년 봄 · 여름 남성복 · 여성복 컬렉션을 선보였다. 캘빈클라인이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이 행사에는 톰 머리 캘빈클라인 사장(58),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프란치시코 코스타와 이탈로 주첼리 등 본사 핵심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경제 회복 속도가 빠른 시장입니다. 특히 명품 소비 시장은 전년 대비 10~20% 성장세를 보였을 만큼 진출국 가운데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죠.지금이 한국 소비자에게 캘빈클라인이란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했습니다. "

이날 본행사 전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머리 사장은 이번 컬렉션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또 '한국시장'이라는 특별함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복 컬렉션에선 재미교포 아티스트인 진 신(Jean Shin)의 미술전시를 함께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패션업계를 대표하는 경영인으로 꼽힌다. 미국 유명 여성복 업체 '타하리'에서 이사로 6년간 근무하다 1996년 CK 미국지사 대표로 캘빈클라인에 합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패션업계도 심한 타격을 입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수많은 패션업체들이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캘빈클라인은 수익을 올린 몇 안되는 업체"라고 자랑했다. 변화된 소비 심리에 맞춰 지역,아이템에 따라 효율적으로 가격대를 조정한 게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에서 샤넬 · 루이비통 등과 차별화되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묻자,머리 사장은 "남성복,여성복은 물론 향수,시계,안경 등 25개 품목을 내놓고 있지만 세련됨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CK만의 이미지를 일관성 있게 유지해 온 것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품의 카테고리는 세분화돼 있어도 마케팅,광고,홍보 활동을 모두 본사에서 컨트롤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CK 브랜드 이미지가 모든 제품에 자연스럽게 녹아 흐른다는 것이다.

또 한국시장만을 위한 특별한 전략보다는 제품별로 고가의 블랙 라벨 라인,중간 소비자를 위한 그레이 라벨,대중적인 화이트 라벨로 나눠 전 세계 소비자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캘빈클라인은 전 세계에서 올리는 연간 매출이 60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다. 그는 "미국이 절반인 30억달러로 가장 크지만 아시아에선 한국이 올해 일본을 누르고 1위에 올라 이번 서울 행사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