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미디어 아트를 살아 움직이는 도시와 연계시킬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고 있어요. 서울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그동안 도시의 환경,역사,문화 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서울이란 거대한 도시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미디어 아트로 제대로 표현하고 싶어요. "

내년 9,10월 두 달간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리는 제6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미디어시티 서울 2010)의 전시 총감독을 맡은 김선정씨(44)는 9일 기자와 만나 "일반인에게 친숙해진 미디어 아트를 통해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재발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전시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외동딸인 김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큐레이터로 활동해 왔다. 지난 2006년에는 미술전시 전문기획사인 '사무소(SAMUSO)'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미국 시카고의 크랜브룩대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1990년대 초 비디오 아티스트인 고 백남준 선생의 주선으로 뉴욕 피트니미술관에서 큐레이터 수업을 받았고,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 등 해외 미술관 전시 및 비엔날레를 10여차례 큐레이팅했다. 그는 스승인 백남준이 추구했던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 컨셉트로 삼을 계획이다.

"한국은 첨단기술(IT) 세계 최강국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스토리를 즉시 전달하는 시스템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합니다. 서울의 유구한 역사가 간직하고 있는 스토리를 구체적인 작품 형태로 형상화 할겁니다. "

김씨는 또 관람객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비엔날레로 꾸미기 위해 서울시립미술관 일대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시 공간을 미술관에 한정하지 않을 겁니다. 경희궁을 비롯해 이화여고 등 학교와 각종 문화 시설을 활용할 계획입니다. 관람객들이 닫혀진 전시 공간인 미술관을 빠져나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직접 미디어 아트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차원입니다. "

전시 기획 역시 발상의 전환을 통해 비엔날레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관람객들이 직접 즐길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세계미술의 흐름을 감지하는 국내외 유명 큐레이터,디렉터,과학자와 함께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테마를 잡아내고,현대 미술의 쟁점을 토론해 공통 분모를 공유하겠습니다. 사실 예술과 테크놀로지가 서로 융합하면 예술만 남는다는 기술자들의 항변도 있어요. 그렇지만 과학은 짧지만 예술은 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잖아요. "

이번 행사를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직을 내년 1년간 휴직할 예정인 그는 "예술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창조적인 영역"이라며 "서구의 편협하고 함몰된 예술이 아니라 핵심까지 끌어안아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번 비엔날레에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