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0년 간 중국 일본 러시아 EU 미국이 패권을 다투는 새로운 군웅할거 시대를 지나 세계는 팍스아시아나의 시대로 재편될 것이다.금융 위기와 신기술 버블,국제질서의 변화를 거치며 세계경제는 최소 5번의 위기를 겪으며 마치 경련처럼 요동칠 것이다."

《2030년 부의 미래지도》은 이 같은 미래를 ‘월드 스패즘(World-Spasm:세계적 경련 현상)’의 시대라고 부른다.

저자 두 사람은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 공동소장.미국 휴스턴대에서 미래학을 전공한 최초의 한국인 최윤식씨와 아시아 비즈니스 리더들의 네트워크를 창설한 배동철씨.이들은 ‘경련’의 핵심 요인으로 금융 위기와 신기술,신산업 버블을 지목한다.

"세계 금융는 이미 ‘신용 폭식증’에 걸려 있다.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 각국 정부는 신용폭식증에 걸린 세계경제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보다 일단 목까지 차 오른 빚을 토해내게 하는 선에서 위기를 마무리 하려 하기 때문에 20년 내에 또다른 금융위기가 몇차례 발생할 것이다."

이는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저자들은 금융 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가면 곧바로 에너지 관련 신기술이나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 거품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미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리스트의 관심은 옥수수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분야로 이동했고 곧 이어 로봇 분야에서의 혁신과 거품이 등장할 것이다.2030년 쯤 1가구 1 로봇시대가 온다.IT(정보기술)분야의 제2 버블로 불릴만한 가상현실과 유비쿼터스 기술, BT(바이오 기술)·NT(나노 기술) 분야의 혁신적 진보,이에 따른 투자 열풍과 금융 거품이 일 것이다."

이 같은 '월드 스패즘'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먼저 금융 방패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글로벌 투기세력들이 ‘경련적 진폭’을 활용하는 등 투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므로 고수익 고위험의 ‘빨리 부자 되기 전략’은 피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한 ‘서서히 부자 되기 전략’을 택하라고 권한다.

또 하나는 '혁신적으로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는 경제 흐름이 '부의 효과'에서 '소득 효과'로 바뀌는 것과 직결된다.

"과거처럼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경제·산업의 트렌드를 읽고 그 속에서 큰돈을 벌 기회가 많아진다.이런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으로 산업과 노동·업무의 방향을 전환하고,신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며,효율적으로 업무량을 줄이고 생산성은 높여 나가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환상 사회(Fantastic Society)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약 20년이 지나면 인류의 역사를 바꿀만한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사회를 '환상적인 모양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에 이 흐름을 타라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2030~2040년쯤 바이오 기술 혁명으로 의식주 가운데 먹는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으로 예측한다.줄기세포 기술이 완성되면 인간의 장기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산삼이나 채소,최고급 소고기 등도 복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환상사회에서는 물질적인 욕구보다 ‘꿈과 가치를 갈망하는 시대’로 진입하게 된다.

기업도 무슨 상품을 파느냐보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의 꿈과 가치를 실현시켜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의 형태도 달라진다.

국내 대기업 종사자 수가 1996년 286만명에서 2006년 156만명으로 줄어든 것처럼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따라 조직을 재구성하는 ‘애드호크(특수한 과제를 갖는 유기적,기능적,임시적)’형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지식의 속도도 빨라진다.

2012년이 되면 정보량이 지금의 5배로 늘어나고 지식의 수명은 더 짧아진다.

10년 후에는 지식의 대부분을 인공지능컴퓨터가 해결해 준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지식과 네트워크를 생산하는 노동’이 더 중요해진다.

지금도 히트곡이나 베스트셀러의 수명이 과거에 비해 훨씬 짧은데 앞으로는 더 그럴 것이라는 얘기다.

"미래에는 한 두 개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지식보다 창의적 지식을 누가 ‘계속해서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가 성패를 결정짓는다.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지금부터 시와 소설을 즐겨 읽어라.그러면 사람들의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역사책을 읽어라.사람과 사회를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거시적으로 미래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들은 "미래에 대한 질문을 자주 던지라"고 말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돼 있는’ 뇌의 구조에 ‘보아야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을 자꾸 던져 관련 정보를 더 수집하고 조합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월드 스패즘’의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경련’의 파장을 미리 읽는 독법(讀法)까지 제시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