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을 설계하고 지은 사람은 김사행이다. 정도전이 경복궁을 지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는 완공 후 경복궁,근정전,교태전,강녕전 등의 이름을 지었을 뿐이다. 고려말,조선초에 공민왕부터 우왕,창왕,공양왕,조선 태조까지 다섯 임금을 모신 김사행은 천재 건축가였다. 그런데도 역사는 정도전만 기억한다. 그가 환관인 데다 제1차 왕자의 난 때 이방원(훗날 태종)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기 때문이다.

《조선사 진검승부》는 이처럼 조선과 조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탐색한다. 그 기초자료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실록에는 다종다양한 사람과 사건이 등장한다. 수양대군과 정면 대결했던 안평대군의 책사 이현로,기회주의자의 전형이었던 진복창,스캔들 메이커였던 세종 때의 궁녀 장미,평양성을 탈환한 영웅 김응서….

책에는 이들의 이야기를 권력과 승부,욕망과 처세를 중심으로 고른 40가지 사건들이 실려 있다. 각 장 말미에 실린 조선 왕조의 의견수렴 과정과 명정승의 조건,조선 중기 권력지도와 세도 가문 등의 이야기는 덤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