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과 연광철 등 클래식계의 두 거장이 슈베르트의 가곡집 '겨울나그네'로 만난다. 다음 달 19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이스 연광철이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24곡 전곡을 부른다.

정명훈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예술감독,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등을 역임한 세계적인 지휘자이자 한국인 최초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한 피아니스트.바그너 오페라의 성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의 대표적인 성악가인 연광철은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키가 170㎝에 불과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정확한 발성,섬세한 표현력으로 덩치 큰 유럽 성악가들을 제치고 위엄있는 왕이나 제사장 역할을 꿰찼다. 그는 "키가 작아 감독들이 연출에 어려움을 겪지만 음악이 시작되면 나를 믿는다"며 "작품 해석력과 정제된 음악으로 모든 약점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3월 이례적으로 서울대 교수로 강단에 선다. 공고와 지방대 출신에다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을 시작한 늦깎이 성악가가 국내 최고 대학의 교수가 되는 것이다.

이번 무대는 두 거장의 두 번째 만남이다. 첫 무대는 정명훈의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단 해임 논란이 일던 1994년.정명훈의 고별공연인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연광철이 '피에트로'역을 맡았다. 대규모 단원들이 함께 섰기 때문에 둘 만의 만남이라 부르기는 어려웠다. 연광철은 "오케스트라 반주 없이 정명훈의 피아노와 내가 만나는 사실상 첫 무대"라며 "마에스트로 고유의 피아노 음악을 듣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31세에 요절한 슈베르트가 죽기 1년 전 빌헬름 뮐러의 시에 곡을 쓴 가곡집이다. 실연당한 젊은이가 눈보라치는 겨울에 방황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해 분위기가 어둡고 우울하다.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공연 시간 때문에 '겨울 나그네' 전곡 독창은 성악가들에게 하나의 도전이다. 연광철은 독일 베를린에서 5차례나 전곡을 불렀다. 그는 "가장 어려운 곡은 첫 번째 곡 '안녕히 주무세요'"라며 "모든 이야기를 다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그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02)518-7343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