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가 철분 덩어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른 채소와 별 차이 없다. '뽀빠이 영양식'이 된 건 어처구니없는 실수 때문이었다. "

무슨 얘기일까. 1800년대 과학자들이 시금치의 철분 함량을 기록할 때 실수로 소수점을 한 자리 뒤에 찍는 바람에 수치가 10배나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캐나다 화학자인 조 슈워츠는 《식품 진단서(An applea day)》를 통해 이처럼 넘쳐나는 먹거리 정보의 홍수 속에서 '똑똑한 식탁'을 챙기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수많은 연구 논문과 실험 결과 등을 종합해 토마토나 생선,올리브유 등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농약과 트랜스지방은 어느 정도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흔히 '아침 사과는 금,저녁 사과는 독''하루에 사과 한 알이면 의사를 멀리한다'고 한다. 매일 사과를 하나씩 먹으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이왕이면 아침에 먹으라는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과 속의 항산화물질과 비타민 등을 떠올리면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과학적인 말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하루에 사과 한 알씩 매일 먹어도 지옥 같은 식단을 꾸릴 수 있고,사과를 전혀 먹지 않고도 건강한 식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기적의 식품'이라는 것들은 어떤가.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많고,콩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커리는 수명을 연장시킨다고 한다. "이는 부분적으로 맞지만 또한 틀린 말이다. 세상에 기적의 식품은 없다. 단 한 가지 식품만으로 효과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

생선을 먹으면 정말 똑똑해질까. "연어와 정어리,청어,고등어 같은 생선을 일주일에 두 번쯤 먹는 것은 좋다. 하지만 생선은 메틸수은,PCB,다이옥신 등의 화합물들로 오염될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나 어린아이는 냉동참치나 삼치,옥돔 등을 피하는 게 좋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생선들은 일주일에 350g쯤으로 제한하는 게 좋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300g쯤 생선이나 해산물을 섭취한 임산부는 지능지수가 높은 아이를 낳는 경향이 있다. "

항암식품이라는 커리에 대해 그는 "관절염과 유방암,대장암,알츠하이머병을 물리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강황 속에 든 커뮤민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매일 먹는 인도 사람들의 유방암 발병률은 서양인들의 4분의 1이고,전립샘암 발병률은 20분의 1이다. 물론 아직까지 커리와 암의 관계에 관한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맛을 낸 채식 요리는 단연코 좋다. 커리를 먹을 때는 후추를 잊지 말자.후추는 강황 흡수율을 1000배나 높여 준다. "

우유도 마찬가지.어떤 사람은 심장질환과 유방암,골절의 위험을 낮춰준다고 강조하고 또 어떤 이는 우유가 이 모든 것을 유발한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그는 "우유가 기적의 식품은 아닐지 모르지만 건강한 식단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이 '독'은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이 같은 원리를 다각도로 일깨우며 그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몸에 좋다고 밝혀진 식품들 중심으로 건전한 식단을 꾸려 가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