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제품의 개발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이뤄지고 있는가. ' 이는 중요하지만 다루기 힘든 주제다. 어떤 기업도 내밀한 현장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하는 사람들도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꺼린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사례 연구가 부족한 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혁신의 리더들》의 큰 가치는 혁신 제품의 개발 현장에서 이뤄지는 세세한 이야기를 리더십이라는 주제로 풀어쓰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두 가지 사례만 다루지 않고 이름만 대면 알 만큼 유명한 대웅제약의 코엔자임Q10,삼성물산의 버즈두바이,한국야쿠르트의 윌,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삼성전자의 보르도TV,LG전자의 초콜릿폰 등을 포함해서 모두 14가지 제품 개발 과정들을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저런 제품 개발 사례가 있고 이런 사례들에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습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아가 이 같은 사례들을 통해 일반적인 법칙이나 교훈을 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물론 이런 노력들이 지나친 일반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연구자들이 주장하고 싶어하는 이론이나 가설을 무리하게 뒷받침하는 사례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긴 하다. 그래서 저자들은 사례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 개발 현장으로부터 어떤 리더십이 최적의 리더십인가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이들은 이런 연구를 통해 '적용 가능한 리더십 이론'과 더불어 제품개발 현장에서 다양한 리더들,이를 테면 CEO와 개발팀장,비공식 리더 등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설명한다.

이 책은 혁신 제품의 개발 과정에서 CEO 리더십이나 팀장 리더십과 같은 공식 리더십은 물론이고,공식적인 직책은 맡지 않았지만 구성원들의 존경과 신망을 바탕으로 팀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비공식 리더십과 팀원 다수의 집합적 행동방식이나 공유문화에서 나오는 공유 리더십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읽는 사람이 마치 혁신 개발 현장에 있는 것 같다.

저자들이 14개의 혁신 사례에서 확인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4가지 리더십이 모든 경우에 동일한 비중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각각의 사례에서 상대적 중요성이 달랐고 작동하는 리더십 조합도 달랐다는 점이다. 다만 4가지 리더십의 유형이 고른 비중으로 혁신 성과에 기여하는 바가 없을 정도로 각각의 사례는 저마다 큰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서 저자들은 "각 개발 과정에서 리더십 유형들이 유기적 혹은 통합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이 통합이 화학적 통합이라기보다는 결합 수준에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새로운 리더십의 재창출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리더십을 '통합 리더십'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들의 연구 결과를 통해 독자들은 두 가지 점을 배울 수 있다. 하나는 14개 핵심 개발 사례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 사례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경우도 있지만 관심 분야가 아니면 좀처럼 알아차릴 수 없는 것도 많다. 티모테크놀로지의 트렁크게이트웨이,안철수연구소의 트러스가드,넥슨의 카트라이더 등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교훈을 얻어 현장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자신의 주장을 바탕으로 4가지 유형의 리더십과 8가지 교훈을 마지막 장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다.

독자들은 공이 많이 들어간 연구에서 색다른 배움의 창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