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부가 발표한 관광산업 선진화 전략의 핵심은 휴가제도를 확 바꿔 국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내수 활성화도 함께 도모하자는 것이다.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에게 입국 문호를 낮추겠다는 것도 핵심 내용이다. 한마디로 기존 공급 위주 관광정책 틀에서 벗어나 관광 수요 확충과 투자 활성화를 통해 '내수 진작-인프라 등 투자 확대-외국인 관광객 방문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얘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진화 전략을 통해 2020년 외국인 관광객을 현재의 3배 수준인 2000만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관광수지가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신성장동력 산업인 관광이 정책적인 뒷받침만 제대로 받는다면 얼마든지 실현 가능한 비전이라는 게 문화부의 판단이다.

우선 정부가 휴가제도를 손질하기로 한 것은 모든 국민이 관광을 즐기는 문화와 사회적 조건이 마련돼야 민간 투자가 일어나고 전체 시장 볼륨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공무원의 연차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경제단체와 함께 민 · 관 합동 휴가문화 개선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공무원 연가 사용 실적을 부서장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공휴일 제도의 개선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공무원들은 평균 20일 정도 연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평균 6~7일만 쓰고 나머지는 수당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는 연가 사용이 활성화되면 미사용 연가에 대한 보상 수당으로 지급하는 예산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미사용 연가 보상비로 책정된 예산은 6676억원(국가직 3386억원,지방직 3290억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휴가사용 실적이 저조한 부서장들은 불이익을 받게 돼 휴가를 적극 권장할 것"이라며 "공무원들의 휴가가 늘어나면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 관광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급 학교의 학교장 재량 휴업 제도도 활성화해 가족여행 분위기를 띄워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초 · 중 · 고등학교에 가을방학이 생길 전망이다.

관광 여건도 대폭 개선된다. 2013년 완료 예정인 교통카드 전국 호환 사업과 연계해 '교통-관광-숙박'을 통합 이용할 수 있는 '코리아 패스'를 도입한다. 유럽의 '유레일패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에 앞서 대중교통 이용자가 관광지를 방문할 때 교통료와 입장료를 연계 할인해주는 시범사업을 내년 중 실시할 예정이다. 골프장,콘도 등 관광 서비스의 품질인증 및 표준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관광 분야에 대한 투자유치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관광단지 내 허용 시설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휴양 · 주거 · 의료 · 쇼핑 등 복합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 기능형 관광단지 개발을 허용할 방침이다. 관광단지 내 국 · 공유지의 임대료도 20~30%까지 낮춰 관광사업자의 토지비용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현재 객실당 5인 이상인 휴양 콘도미니엄 회원 모집 하한 기준을 폐지하고 관광 숙박시설에 대한 위탁경영을 허용하기로 했다.

'한국관광 10대 명품 콘텐츠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가장 경쟁력 있는 10대 분야를 선정,민 · 관 합동조직을 통해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키운다는 전략이다.

한국 관광산업의 최대 고객인 중국 관광객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제도를 대폭 손질해 중국인 관광객이 보다 수월하게 방한 비자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중국인 개별 관광객의 여행사 비자발급 대행 제도를 중국 내 전 공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MICE(비즈니스 여행) 단체관광객에 대한 원스톱 비자발급 서비스를 확대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기적으로는 한 · 중 양국 간 무비자 교류도 추진하고 있다. 당장 내년 5월부터 6개월간 열리는 상하이 엑스포를 계기로 상호 무비자 입국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중국은 거대한 관광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4584만명이 해외여행을 했으며 2015년에는 1억명가량이 해외여행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의 최대 시장이다. 2015년 중국 해외여행객의 10%만 한국을 찾아도 연간 1000만명,14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