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형경씨(49 · 사진)가 세 번째로 낸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푸른숲)은 제목 그대로 '제대로 이별하는 법'을 다룬 책이다. 그가 말하는 이별은 연인들의 헤어짐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죽음으로 갈라서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장,명예,젊음,금전,목표,환경 등 애착의 대상을 상실하는 일도 이별이다.

김씨는 "마음의 병은 대부분 무언가와 이별할 때 생긴다"면서 "그래서 이별을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연인과 결별했을 때,아끼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투자한 돈을 몽땅 잃었을 때,고국을 떠나야 할 때 고통스러워한다. 이 때 이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갖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자살충동을 느끼기도 하고,타인을 향해 지나친 공격성을 보이기도 하고,몸의 병을 얻기도 한다.

김씨는 "이별 후 슬픔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표현한 다음 흘려보내는 '애도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또한 수년 동안 정신과 상담을 받을 정도로 이별과 상실에 대한 고통을 경험했다.

그는 "부정적인 자기 모습을 마주 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예 이별을 외면하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별 후 생겨나는 온갖 감정을 충분히 경험하고 표현해야 극복할 수 있어요. 우아하고 품위있고 쿨하게 넘어가고 싶다고요? 그러다 병납니다. 좀 추하면 어때요? 원래 모든 인간은 다 부족하고 '찌질'해요. "

김씨는 잘 이별하지 못한 후유증이 사회 현상으로도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문제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에 우리는 그토록 흥분하며,1960년대 겪었던 가난에 대한 불안함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경제 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이 일어났다는 것.

"우리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인의 근성이라고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결핍의 에너지' 때문에 다들 악착같이 경제 성장에 매달렸던 거지요.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북한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콤플렉스가 저변에 깔려 있었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이걸 잘 몰라요. 그래서 나라 전체가 일종의 분노 상태에 있는 거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술 잘 마시는 나라,자살률이 높은 나라 아닌가요. "

그는 심리에세이 책 세 권을 내면서 늘 쇄도하는 전화에 시달렸다고 했다. 전에는 문예지 원고 청탁이 주였는데,이후에는 거의 매일 심리 관련 강연 및 기고 부탁을 받았다는 것."그만큼 우리 사회에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고,그런 사람들의 수요가 폭발한다는 뜻이겠죠.그러나 이젠 소설가의 본분에 충실할래요. "

글=이고운/사진=김영우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