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리에서건 주인공이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보통 화제로는 남들의 이목을 붙잡아둘 수 없다. 방법은 한 가지.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능청스럽게 한다.

"나 어제 배용준을 만났거든?" 이것으로 약한가? 그럼 더 극적인 상황을 만들지 뭐. "나 어제 배용준 사무실에 갔었어." 이제야 반응이 온다. "정말? 거긴 왜 간거야?" "응,우연히…." 일단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이것저것 물어오는 데는 자신있게 대답할 것이 없다.

이처럼 상대의 말이 너무 화려하고 멋지게 들릴 때는 조심해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성격을 '연극성 인격장애'로 분류한다. 자신을 극적으로 드러내고 감정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어 오래 같이 있으면 내용도 없고 들쭉날쭉해서 반신반의하게 만든다. 게다가 미추불문,외모를 화려하게 꾸미고 나타나 부담을 주는가 하면 몇번 만나지 않은 상대를 엄청 친한 척 반긴다.

이런 성격은 너무나 유명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설명된다. 이 이론의 기본은 여자는 아버지에게,남자는 어머니에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커서도 다른 사람에게로 관심이 확장되지 않고 여전히 부모의 그림자 안에 머문다. 그래서 여자들은 상대가 아빠처럼 모든 것을 다 받아주기를 바라고,남자들은 여자에게 집요한 관심을 쏟으며 여자가 자신을 완전히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이런 성격을 지닌 여성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반대로 호기심과 관심을 드러내서는 안된다. 관심을 보이는 순간 상대는 흥미를 잃어버린다. 남자라면? 여성들이여! 웬만하면 포기하는 것이 좋다. 어머니와 맞먹는 강인함이 필요하며,바람을 피거나 사고를 치고 들어와도 그냥 웃어넘길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남자일수록 순종적이고 가녀린 여성을 배우자로 맞고 싶어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세상은 언제나 지지고 볶으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게 마련이다.

사람들은 화투장 패를 안보여주듯 자기 마음을 꼭꼭 감추고 산다. 상대방 패를 보고 내 패도 꺼내 보이면서 서로 상의하고 결정하면 이런 갈등과 불행은 사전에 막을 수 있을텐데,그렇지 않은 것이 세상조화다.

그러나 《위험한 심리학》의 출발점은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존재'라는 데서 시작한다. 언뜻언뜻 보여주는 마음의 편린들을 조각 맞추듯 맞춰보면 상대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심리학의 재미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성격을 파악해 보자는 일종의 실전심리학 지침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몇가지 기초적인 이론무장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일종의 심리적 데자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전이(transference)개념,칼 융의 심리검사 등을 기초로 사람의 성격 유형을 14가지로 분류한다.

유형별로 이런 성격이 형성된 동기와 특징적인 표현들,이런 모난 성격들과 갈등없이 잘 지낼 수 있는 관계법도 설명한다.

저자가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는 기준은 관심이다. 남의 관심에 목말라하는 사람들도 있고 남에게 아예 관심이 없는 유형이 있는가 하면,정작 융통성이 없거나 대인기피증처럼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사람의 성격은 제각각이지만 관심이라는 키워드로 남을 들여다보면 그들의 복잡한 속마음도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므로 남의 성격을 단번에 파악하는 위험한 심리학은 도리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