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순례길,내포문화숲길,솔바람길,질마재길….전국으로 확산된 '걷기 열풍'에 힘입어 종교를 테마로 한 도보 순례길 조성 열기가 뜨겁다.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종교별로 성지를 중심으로 순례길 개발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데다 여러 종교가 지역사회,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순례길을 개발하는 모델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주 한옥마을 내 경기전 앞마당에서는 '아름다운 순례길' 선포식이 열렸다. 가톨릭,개신교,불교,원불교가 사단법인 한국순례문화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아름다운 순례길'은 한옥마을을 출발해 호남 천주교의 발상지인 초남이 성지와 김대건 신부가 머물렀던 나바위 성지,익산 미륵사지와 완주 송광사,호남 최초로 설립된 서문교회,원불교 중앙총부,김제 금산사와 'ㄱ'자 한옥교회로 유명한 금산교회,천주교 수류성지 등을 잇는 240㎞의 도보순례 코스다.

순례길은 원래 180㎞였으나 지난 10일 김제 지역까지 포함하는 240㎞로 연장됐다. 대부분 포장된 찻길을 피해 골목길,산길,들길,천변길 등으로 이어져 있다. 전체 순례길은 걸어서 8박9일 걸리며 8개 구간별로 나눠 걸어도 되도록 코스가 개발돼 있다. 순례 도중 원불교 마음공부나 송광사 · 금산사 템플스테이,천주교 성지에서의 피정도 할 수 있어 타종교에 대한 이해와 교류의 폭을 넓히기에도 좋다. 순례길에는 또 가람 이병기 생가와 최명희문학관,만경강 갈대밭,제남리 둑길,숲속 오솔길과 트레킹코스 등 지역 역사와 문화,자연을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요소도 풍부하다.

조선 순례문화연구원 상임이사는 "순례코스 개발 이후 두세 명,서너 명씩 각 구간을 순례하는 분들이 수십명씩 된다"며 "단순히 경치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종교 성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걷는 코스여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순례문화연구원 (063)232-5000

충남 서산 · 홍성 · 예산 · 당진군이 덕숭산 수덕사 등과 함께 2012년까지 60억원을 들여 조성키로 한 '내포문화숲길'의 중요한 테마도 종교다. 200㎞에 이르는 내포문화숲길은 내포문화권에 있는 가야산,덕숭산,서원산,용봉산 등과 그 주변을 테마별로 연결하는 것.용봉사와 서산 마애삼존불 · 화전리 사면석불을 연결하는 가야산 둘레길,해미성지에서 솔뫼성지까지 잇는 천주교 순례길,수덕사에서 원효암터 · 가야사터 · 보원사터 · 마애삼존불 등을 찾아가는 '원효대사 깨달음의 길',옛 사찰의 흔적을 돌아보는 폐사지 연결길 등이 조성된다.

종교별 도보순례 코스 개발도 활발하다. 공주 마곡사는 충청남도와 함께 절이 있는 태화산 소나무 숲에 11㎞의 '솔바람길'을 내년 말까지 만들기로 했다. '솔바람길'은 '마곡사 가는 길''백범 명상길''명상 산책길''솔잎 융단길''황토 숲길''불교문화 유물길' 등 6개 코스로 구성되며 중간에 벤치와 정자,간이화장실 등의 편의시설과 안내판을 마련해 명품 산책로로 꾸밀 계획이다.

천주교 청주교구는 지난 8월 교구 안의 대표적인 성지인 배티성지와 연풍성지를 잇는 84.6㎞를 3박4일 일정의 도보순례 코스로 개발했다. 순례 여정은 배티성지~백곡공소~진천성당~초평공소~증평성당~사리공소~괴산성당~칠성공소~연풍성지로 이어지며 진천 · 증평 · 괴산성당 마당에서 야영할 수 있다.

이에 앞서 천주교 대전교구는 지난해 교구설정 60주년을 맞아 교구 내 솔뫼 · 해미 · 신리공소 · 공세리성당 등의 성지를 8개 코스로 개발해 8차례의 도보성지 순례를 실시하며 순례길로 정착시켰다.

이 밖에도 고창 선운사와 미당시문학관,질마재,고인돌군 등을 연결하는 질마재길,금강 철새조망대와 습지생태체험장 · 불주사 · 상주사 · 망해산을 잇는 군산 망해산 둘레길,완주 위봉폭포와 위봉사 · 위봉산성 등을 포함하는 위봉산성길,광주 원효사를 중심으로 서석대,무진고성 등을 잇는 무등산옛길 등도 올해 말까지 조성될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