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초혼 연령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 때 1년 이상씩 휴학을 하고 어학연수,인턴 등을 거치는 게 필수코스가 됐고 졸업 후엔 취업난으로 사회 진출 나이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4~5년이 지난 20대 후반에야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충분한 커리어를 쌓기도 전에 결혼과 출산,육아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뒤로 미루고 '커리어' 관리에만 매진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남녀가 각기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자의 나이차에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20,30대 남성 296명과 여성 225명을 조사한 결과 '선호하는 배우자 연령'은 남성의 경우 30대 초반까진 자신보다 2~3살 어린 여성을 선호하지만,나이가 들수록 배우자의 희망 연령은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32세일 때 두살 아래인 30세 여성을 배우자로 선호하면서,38세일 때도 7살이나 적은 31세 여성을 찾는다.

반면 여성은 30대 초반까지는 한 두살 많은 남성을 선호하고 30대 중반부터는 나이가 같거나 조금 어린 남성이 좋다고 답했다. 즉 자신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남성은 희망 배우자와의 연령차가 커지고,여성은 연령차가 줄어든다. 남들이 볼 때는 잘 어울릴 것 같은 30대 미혼 남녀가 결혼에 골인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싱글을 고집하는 여성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연상녀,연하남 커플이 많아진다는 점.듀오의 설문조사에서 이 같은 '연상연하 결혼이 상관없나'라는 질문에 남성의 49.4%,여성의 54.5%가 '그렇다'고 답했다. 2003년 같은 질문에 남성의 44.5%,여성의 40.4%가 같은 답을 한 것과 비교할 때 연하 남성에 대한 거부감 없는 여성 응답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송미정 듀오 팀장은 "보통 남성이 여성보다 나이가 많아야 하고 나이차는 서너살이 적당하다고 하는데 사실 결혼생활에선 물리적인 나이보다 정신연령의 차이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배우자와 몇 살 차이가 나는가보다는 자신과 얼마나 맞는 사람을 만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사회의 시선에 쫓기면서까지 결혼을 꼭 해야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김혜남 전문의(정신분석)는 "사랑의 정착역이 꼭 결혼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며 "결혼을 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은 인생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개인의 기질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