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문화적으로도,지리적으로도 여전히 울퉁불퉁합니다. "

하름 데 블레이 미시간주립대 지리학과 교수가 《공간의 힘》(천지인 펴냄)에서 던진 말입니다.

세계화로 여러 지역이 유기적이며 평등해지고 있다는 뜻의 '평평한(flat) 지구'라는 표현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세계는 중심부와 주변부로 나뉘고 국가도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뉘어 있다는 애깁니다.

그는 부유한 중심부는 평평할지 모르나 가난한 주변국일수록 울퉁불퉁하다고 말합니다. 세계 인구의 15%가 사는 중심부가 세계 연간 소득의 75%나 차지하고 있다는 거죠.

책에 나오는 사례 중 질병 얘기가 눈길을 끕니다. 말라리아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열대열 말라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다른 지역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라리아 퇴치 전략은 빈국일수록 실행하기 어렵다는군요. 1990년대 말 멕시코에서 말라리아 고위험 지역이 꽤 넓게 펼쳐진 것에 반해 미국 남부에서는 50년간 거의 발병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변부 사람들은 여러 풍토병과 전염병의 짐을 떠안고 있으며,그 지역에서 수련받은 의료진은 더 높은 임금을 주는 세계 중심부로 건너가고 있으니 큰 문제입니다.

문화가 힘의 논리에 의해 작용한다는 점도 지적하는군요. 따뜻하고 습기 찬 저위도 지역에는 소집단별로 언어를 가지므로 언어의 종류가 많다고 합니다.

뉴기니 섬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900개,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언어는 2000개인 데 비해 고위도의 유럽 국가에서 쓰이는 언어는 200개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2~3개가 우세하니 그럴 법도 합니다.

그의 희망은 '장벽 낮추기'입니다. 중요한 건 효율적인 실천이겠지요. 부국들이 빈국에 제공하는 원조는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점을 명심하고,빈국이 자력 소생할 기회를 걷어차지 않아야 하며,주변국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책임감을 잊지 말자고 그는 거듭 강조합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