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중국 CCTV에서 방영한 프로그램 '대국굴기'는 "서양의 경영학에는 피터 드러커가 있고 동양의 경영학에는 시부사와 에이치가 있다"고 했다.

시부사와는 누군가. 메이지 정부의 조세정책과 구조개혁을 맡아 일본의 조세 · 화폐 · 은행 · 회계제도를 근대적으로 개혁했고 '상업이 부흥해야 나라가 산다'며 미즈호은행,도쿄증권거래소,기린맥주 등 500여개의 기업 설립에 관여했던 인물이다.

《논어와 주판》은 '일본 경제의 아버지''일본 근대자본주의의 영도자'로 불리는 그의 대표적 저서다.

그는 이 책에서 "인의(仁義)도덕과 영리 추구는 결코 모순관계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역설한다. '논어'는 도덕,'주판'은 경제를 의미한다. 서로 달리 보이는 도덕과 경제를 융합해야 한다는 것. 그 근거는 바로 <논어>다. 공자는 <논어> '술이(述而)'에서 "만약 부가 추구해서 얻을 수 있고 떳떳한 것이라면 비록 말채찍을 잡고 임금의 길을 트는 천한 일이라도 나는 하겠다"고 했다. 공자는 정당하지 않은 부를 경계하라고 가르쳤을 뿐 부유함 자체를 나쁜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시부사와는 그래서 <논어>의 상도,즉 유상(儒商)의 정신을 강조한다. 그 핵심은 신뢰와 책임이다. 상인은 도덕적으로 부를 축적해야 하며 축적된 부는 혼자 차지할 게 아니라 더불어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부사와는 근대화 과정에서 지나친 배금주의와 이기주에 빠진 일본 상인들에게 '도덕과 경제의 중심은 신뢰와 책임'이라며 열띤 강연을 했고,그 결과를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